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 눈에 밀어넣었다.
연둣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종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속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럼 피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 있지.
기차는 여름 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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