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스크랩] 솔직히 말해서 나는.......김남주

하늘이슬 2008. 8. 7. 11:07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것이 아닌지 몰라

열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어둠을 사르고야 말 불빛인지도

그 노래인지도 몰라라

 

...김남주...

 

  

출처 : Waterdrop
글쓴이 : magic pond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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