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스크랩] 담쟁이......................도종환

하늘이슬 2008. 8. 7. 11:13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출처 : Waterdrop
글쓴이 : magic pond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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