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돌아오는 일요일은 음력 7월 7일, 즉 칠월 칠석 날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릴 적부터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아마 한국인이라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함께 처음으로 접해본 멜로물이 아닐까 합니다. 혹시 너무 오래되어서 이야기를 잊어버린 분들도 있을 것 같아 간략하게 줄거리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옛날, 아주 옛날에 하늘나라 임금님에게는 어여쁜 공주가 있었는데 베를 아주 잘 짰기 때문에 직녀라고 불렸답니다. 직녀는 점점 나이를 먹어 결혼할 만큼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견우라는 씩씩한 젊은이를 찾아냈습니다. 견우는 어릴 때부터 소를 좋아해서 늘 소를 몰고 놀았습니다. 하늘나라 임금님은 그를 좋아하여 사위로 삼고 임금님 가까이에 살게 했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서로를 많이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보니 결혼하고 일은 하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기만 했습니다. 하늘나라 임금님은 그것이 몹시 못마땅하였습니다. 이렇게 생각한 임금님은 견우와 직녀에게 일을 시켰으나 견우와 직녀는 시킨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를 몰며 놀기만 하였습니다.
화가 난 임금님은 두 사람에게 엄한 벌을 내렸습니다. 견우는 동쪽하늘에서 직녀는 서쪽하늘에서 헤어져 살도록 하고 1년에 단 하루 음력 칠월 칠석날 밤에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만나는 것만 허락을 하였습니다.
칠월 칠석날에는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하는 견우와 직녀의 슬픈 눈물은 비가 되어 땅 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큰비가 되고 홍수가 나서 땅 위의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짐승들도 심한 고생을 해야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짐승들은 의논을 하였습니다. 짐승들은 의논 끝에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해 흘리는 눈물이니 비를 멎게 하려면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줄 수밖에 없다고 결정하고 은하수에 다리를 놓아주기로 하였습니다.
하늘로 올라간 까치들은 은하수로 날아가 주둥이로 꼬리를 물고 또 다음 그 꼬리를 주둥이로 물고 이렇게 잇대어서 다리를 놓았습니다. 그 뒤부터는 해마다 칠석날이 되면 은하수로 올라가서 견우와 직녀가 만날 다리를 놓아주어서 억수로 내리던 비도 오지 않아 땅 위에는 피해가 없었습니다.
은하수에 까치와 까마귀들이 놓는 다리를 오작교라고 하고 칠석날이 지나면 까치의 머리털이 벗겨지는데 이것은 견우와 직녀를 위해 오작교를 놓았기 때문이라고 전해 내려옵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사랑하는 남녀의 애절함과 안타까움에 뭉클해지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 입니다.
이 견우와 직녀의 설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이야기 일까요? 그것은 생각보다 꽤 오래전부터 내려온 이야기로서 최소한 고구려 때도 그 이야기가 퍼져 있었습니다.
견우직녀 설화가 최소 고구려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는 확실한 근거는 바로 고구려 고분벽화에 있습니다.
평안남도 남포 시 덕흥동에서 발굴되어 일명 덕흥리벽화분이라 불리는 고분은 인물풍속도가 그려진 2칸짜리 무덤으로서 무덤의 주인을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벽과 천정에 그려진 그림을 설명하는 600여자의 글이 남겨져 있어 그 사료적 가치가 대단한 고분입니다.
언제쯤이나 이곳을 직접 가서 볼 수 있을까?
이번 정상회담에서 고구려 고분 관광 합의는 안될까? ^^;
앞칸의 벽과 천장에는 무덤의 주인에 대한 내용들과 그림들에 대한 설명들이 그려져 있는데 무덤의 주인인 진은 신도(지금의 박천과 운전에 해당하는 지역) 지방 사람으로 건위장군과 고구려 고유의 작위인 대형을 지냈고, 여러 장군직과 태수직을 거쳐 유주자사를 지냈으며, 77세에 죽어 광개토대왕
천정에는 해·달·별 등 천체의 모습과 장수의 소망, 의좋게 살려는 소망 등을 상징한 그림 등 여러 가지 내용들이 있으나 비록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보는 순간 탄성을 내게 만드는 그림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남쪽 천정에 그려진 견우와 직녀의 그림입니다.
견우직녀도
대각선으로 진하게 그려져 있는 부분이 은하수고 그 왼쪽에 소를 몰고 있는 견우가, 오른쪽에는 직녀가 서있습니다. 그림 옆에 견우지상, 직녀지상이라고 적혀있어 견우직녀의 설화를 그려놓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고구려인들은 왜 죽은 자의 사후세계에 해당하는 고분 안에 견우직녀의 멜로성 그림을 그려놓았을까요? 그것은 견우직녀 이야기가 단순히 남녀의 아름다운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견우와 직녀의 설화는 사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대 설화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예전부터 동아시아 전체에 널리 퍼져있던 이야기입니다. 칠월 칠석이되면 견우성과 직녀성이 가까워지는 현상으로부터 만들어져서 중국 주 나라와 한 나라를 거쳐 고구려로 전파 되었을 거라 추측되고 있습니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별자리의 이야기라는 설명은 조선시대 천문서적 ‘천문유초’에도 설명되어 있는데 견우별과 직녀별은 모두 28수 중 하나인 ‘우수(牛宿)’에 속하는데 우수에는 11개의 작은 별자리가 있으며 대표적인 별자리가 바로 여섯 개의 별로 이루어진 견우이고 직녀는 삼각형 모습의 3개의 작은 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수의 제일 위쪽에 있다고 합니다.
천문학자들이 이를 현대의 별자리에 대입해보면 실제 견우별은 염소자리의 베타 별인 다비흐에 해당하고 직녀별은 거문고자리 가장 밝은 별인 베가라고 합니다. 천문학에 아는 바가 부족하여 자세히 설명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직녀의 머리 위 쪽에 고대에 북두칠성과 대조되는 남두육성이 그려져 있는 것과 그 외 다른 그림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천문도가 확실합니다.
사후 세계인 무덤에 천문도를 그려놓은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죽으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생각에 따른 것으로써 천상의 인물인 견우와 직녀를 그려 놓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 많고 많은 날 중에 7월 7일로 설정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음력 7월이 고대국가 시절, 전쟁을 위한 징병이 없었던 여름 농번기였으므로 민간에서 남녀 간에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자리 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견해가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시작된 이유가 어떻든 간에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인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사랑하는 연인이 일년에 단 한번만 만나야 한다는 설정으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전해주었습니다.
분명 사랑하는 사람끼리, 가족끼리 같이 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한다는 건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해외 근무나 기러기 아빠 경우처럼 더 큰 희망과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희망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희망도 갖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동안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남북으로 갈려 떨어져 살고 있는 이산가족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50 여년 동안 생 이별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감히 이해 할 수 있겠습니까?
조만간 남북의 최고 국가지도자끼리 만남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만나서 해야할 이야기도 많고 풀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을 것 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지도자가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입니다. 핵 문제 및 경제적 지원을 비롯한 남북한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모진 세월 탓에 가슴에 커다란 구멍 하나가 뚫어져있는 상태에서, 사랑하는 가족들끼리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그런 소중한 만남이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며칠 후면 다가오는 칠월 칠석.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지 못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과 각오를 다짐하는 그런 날 이길 바랍니다. 또 세상 곳곳에서 수많은 오작교가 떠오르고 그 다리를 건너오는 너와 나의 수많은 당신들이 넘쳐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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