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사계>(1~13번) 외에 Concerto No.5, RV253 'La Tempesta di Mare'(14~16번)와 Concerto No.6, RV180 'Il Piacere'(17~19번)가 덧붙여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클래식 명곡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는다면 아마도 비발디의 <사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휴대폰 벨소리로부터 대중가요의 전주에 이르기까지 <사계>의 멜로디는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요. 과연 <사계>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렇기 인기가 있는 걸까요?
비발디의 <사계>는 완전한 편성의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곡이 아니라 현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음악지만 대편성 관현악 못지않은 풍성한 화음과 상큼한 선율로 우리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또 쳄발로라 부르는 옛 건반악기의 챙챙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 곡을 듣는 재미 중 하나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사계절의 변화를 그려낸 탁월한 묘사 능력이겠지요. 작곡가 비발디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으로도 아주 멋지게 그려냅니다. 비발디가 <사계>에서 표현해낸 새소리와 천둥소리,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계절의 느낌을 떠올리다보면 음악을 듣는 재미가 몇 배로 늘어납니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
아래 유투브 영상은 위 플레이리스트 음악 영상입니다. 비발디의 ‘사계’에 맞추어 베네치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하네요. 안톤 판 문스터(Anton van Munster)라는 감독의 작품입니다.
비발디는 <사계>의 악보를 출판할 당시 각 계절마다 14행시로 이루어진 소네트를 붙였습니다. 이 소네트의 작가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구에 베네치아의 방언이 사용된 점이나 비발디의 편지에 자주 나타나는 베네치아 식 철자법이 사용된 것을 보면 비발디 자신이 이 시를 직접 지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바쿠스의 술’과 같이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구절로 보아 이 시를 기존의 문학작품에서 따왔을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유명한 명곡에 시를 붙인 작가가 누구인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요.
<사계> 악보엔 이름 모를 시인의 소네트뿐 아니라 악보 군데군데에 비발디가 쓴 몇 가지 해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악보를 펼쳐놓고 악보를 따라가며 음악을 듣다보면 비발디의 재치 있는 메모를 발견하게 되는 기쁨도 있지요. 이를테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묘사한 악구에 ‘주정뱅이’란 말을 적어놓는 식이지요. <사계>를 들어보면 음악으로 표현된 계절의 변화가 무척 인간 중심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봄과 가을은 인간에게 안락함을 주는 계절로, 여름과 겨울은 인간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계절로 그려집니다.
다음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악장 해설에 붙인 곡의 연주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Janine Jansen solo violin
Candida Thompson violin / Henk Rubingh violin
Julian Rachlin viola / Maarten Jansen cello
Stacey Watton double bass / Elizabeth Kenny theorbo
Jan Jansen harpsichord
봄(La Primavera)
Concerto No.1 in E major, RV269 'La Primavera'
1악장 : 봄이 왔다. 새들은 즐거운 노래로 인사를 한다. 그때 시냇물은 살랑거리는 미풍에 상냥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흘러가기 시작한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천둥과 번개가 봄을 알린다. 폭풍우가 가라앉은 뒤,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글
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