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자 전쟁 '삼국지'..'초대형 공룡'이 된 바이엘
주정완 입력 2018.06.09. 06:00 수정 2018.06.09. 07:27
'종자 식민지' 한국 농가는 어디로?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는 곡물의 종자가 멸종돼 가면서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암울한 미래를 그렸다.
식물의 종자(씨앗)는 생명의 근원이다. 종자에서 싹이 트고 잎이 자라고 열매가 생겨야 인간은 먹거리를 비롯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
전 세계 먹거리를 책임지는 종자 시장에 ‘초대형 공룡’이 등장했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제약ㆍ생명과학 기업인 독일의 바이엘이다.
이 회사는 최근 세계 최대의 종자 기업인 미국의 몬샌토를 630억 달러(약 67조원)에 사들였다고 밝혔다.
바이엘의 베르너 바우만 회장은 “우리 소비자들인 전 세계 농부들에게 좋은 날”이라며 “그들이 더욱 건강하면서 적정한 가격의 식량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종자 시장 1위를 향한 바이엘의 야심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엘은 2016년 9월 몬샌토의 인수에 합의했고, 이후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반독점 당국이 승인 여부를 검토해 왔다.
바이엘이 앞으로 2달 안에 매각을 완료하면 몬샌토와 통합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종자 시장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은 잇따른 인수합병(M&A)을 통해 초대형 3개사의 과점 체제로 재편됐다. 바이엘ㆍ다우케미컬ㆍ중국화공이 세계 시장을 삼등분하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선두는 몬샌토를 인수한 바이엘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세계 종자 시장의 약 30%를 차지한다. 그 뒤를 듀폰과 합병한 미국의 다우케미컬이 약 25%의 점유율로 추격하고 있다. 중국화공은 세계 3위 스위스의 신젠타를 인수하면서 도전장을 냈다.
바이엘을 비롯한 ‘빅3’의 ‘종자 전쟁’은 전통적인 한국인의 밥상에도 위협적이다. 이미 국내 농촌에서 토종 종자는 찾기 어려워지고, 외국 기업이 개량한 종자가 뒤덮고 있다.
국내에는 1000개가 넘는 종자 관련 업체가 있지만, 자체적으로 품종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농가들은 외국 기술로 개발한 종자를 수입하거나, 비싼 로열티를 물어야 하게 됐다.
세계종자연합(ISF)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을 기준으로 2182t의 채소 종자와 285t의 화훼 종자를 수입했다. 종자 수입액은 총 1억1500만 달러였다. 반면 수출액은 6700만 달러에 그쳤다.
과거 조상들은 한해 수확한 곡식 중 특별히 좋은 것을 종자용으로 보관해 사용했다. 식량이 부족해 굶주리는 한이 있어도 종자용 곡식에는 손대지 않았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農夫餓死 枕厥種子)”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종자를 귀중하게 간직했다.
그러다 보니 종자가 특정 기업의 지식재산권이라는 현대적 개념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국내 종자 시장은 다국적 기업들의 차지가 됐다. ‘종자 식민지’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7.27 개기월식(블러드문) (0) | 2018.07.28 |
---|---|
목요기도회 Light House 안내-데이비드차 (0) | 2018.06.28 |
2018년 월 3일 서울에 내린 우박 (0) | 2018.05.03 |
[스크랩] 손혜원 의원이 출석하는 모새골 공동체는 어떤 곳? (0) | 2018.04.04 |
황순원---소나기--손자 황성준 논설위원 (0) | 2018.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