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환난시대)
아영은 힘든 한숨을 몰아쉬며 전화기를 밀쳐 버리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샤워를 한 후 습관적으로 TV를 켜고 머리를 말린다. TV에서는 안전 칩에 대한 뉴스 보도가 나온다.
"연구 실험 중인 이 칩은 곧 모든 인류에게 시행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각 개인의 증명을 확인하는 주민등록증과 운전 면허증과 각종 자격증과 모든 신용 카드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빈손으로도 쇼핑과 관공서 출입이 가능해져 보다 편하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국가를 알리는 번호와 개인 생년월일과 거주 지역 기호와 개인 신용 등급을 나타내는 번호와 은행 구좌와 끝으로 이 모든 기능을 푸는 비밀 번호가 축소되어 머리카락 십분의 일보다 더 가늘게 압축되어 손이나 이마에 투입되는데 자극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이 칩만 있으면 쇼핑으로 부터 병원 수속과 해외여행까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곧 시행되는 이 칩에 대한 찬반 여론이 집중되어 종교계에선 서명 날인도 실시되어 조용하지는 않습니다만 정부 정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영은 머리를 말리며 뉴스에 집중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용되었던 신용 카드는 분실 사고가 많고 특히 빈번한 불법 위조와 사기 등 그 범행 수단이 다양해져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타인의 카드로 수억 원을 유흥비로 써 버린 전 모 씨를 연행해 수사 중에 있습니다!"
아영은 뉴스 화면에 범인으로 비춰지는 인규를 보자 소스라치게 놀라 드라이기를 떨어뜨린다. 아영은 TV 화면을 만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아영은 인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지만 받을 수 없다는 신호음만 들릴 뿐이다. 아영은 극도의 불안을 이기지 못하며 여기저기에 전화를 건다. 그러나 인규의 행방은 알 수가 없다. 아영은 다시 인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인규 씨! 나 아영이야! 뉴스에 인규 씨 닮은 사람 나왔는데 아니지? 아닐 거야! 지금 어딨어? 그거 아니지? 누가 인규씨와 똑같은 옷 입은 거야! 그래, 내가 잘못 본 거야! 그거 아닌 거야! 연락해! 꼭......"
아영은 갑작스럽고 뜻밖의 미확인된 일로 혼란스러워 밖으로 나가 정처 없이 달린다. 정신 없이 달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성산 교회 앞에 이르렀다. 아영은 이 충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교회 문을 열고 뒷자리 의자에 풀썩 앉는다. 최원철 목사와 청년회 회원들의 시선이 아영에게 집중되고 최 목사가 아영 옆에 다가오지만 아영은 넋이 나간 듯 초점이 없는 눈으로 교회 안을 둘러본다.
"아영 자매!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아영은 제 정신이 아닌 양 질린 얼굴로 대답을 건성으로 하고 일어나려는데 최 목사가 아영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한다.
"평강의 주님! 아영 자매가 지금 우리는 알 수 없는 불안에 잡혀 있습니다. 그 불안한 마음에 평안을 주옵소서! 어떤 일이 있어도 근심치 말라 하신 주님의 평안으로 아영 자매 마음을 주장해 주옵소서!"
최 목사의 간절한 기도가 시작되자 아영의 울음보가 터져 나오고 차츰 정신을 가다듬어 간다. 아영이 평정을 되찾자 최 목사의 기도가 끝나고 최 목사는 강단에서 서서 설교를 한다. "모든 것에는 다 끝이 있지요! 아무리 길고 먼 기차 철로도 종착역이 있듯이 세상의 끝도 반드시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세상 끝자락입니다!"
주위가 고요해 진다. 어느 누구가 이 무거운 압박감을 뚫고 이 긴장된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이 심각함을 애써 피하고 싶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음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숨조차 크게 쉬는 사람이 없다. 최 목사는 그런 젊은이들을 주시하며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어 간다.
"요즘 늘어나는 실업난과 갈수록 악해져 가는 사회와 북미의 심각한 문제들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지켜 주지 않으시면 하루도 마음 놓고 살 수가 없습니다. 엊그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성전 터를 유태인에게 찾아줘서 성전을 짓고 있어 많은 교회들이 축복하며 기뻐하고 있지만 그 일은 또 다른 재앙의 시작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축복의 예루살렘은 이 세상의 화려한 성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들어가는 하나님 나라입니다!" 모두 최 목사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아영은 여전히 인규에 대한 불안한 느낌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머잖아 전자 칩을 찍으라고 할 것입니다. 요즘 신용카드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만들었다는 다 기능 안전 칩은 666 짐승의 표입니다. 요한 계시록 13장 17절과 18절에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하니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 지혜가 여기 있으니 총명 있는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 수는 사람의 수니 육백 육십 륙 이니라.` 세상에는 항상 두 가지가 공존하지요. 선이냐 악이냐, 멸망이냐 영생이냐, 예수냐 사탄이냐 처럼 앞으로는 이 짐승의 표와 어린양의 표가 우리를 나눌 것입니다!"
아영은 신용카드 얘기와 방송에서 본 안전 칩이 짐승의 표라는 최 목사의 말을 듣자 감전이라도 된 사람모양 스스라치게 놀라 밖으로 뛰쳐나간다. 아영을 지켜보던 동희가 아영을 따라 나가서 떨고 있는 아영을 잡는다. "아영아! 너 왜 이러니? 무슨 일 있니?" "나 너무 무서워! 동희 언니! 나 어떡해? 우리 인규 씨가 신용카드 위조해서 경찰서에 있나봐! 뉴스에 나온 거 봤어!" "뭐? 아니겠지, 네가 잘못 본 거 아냐?" "아니! 틀립없이 맞아, 인규 씨 실직한지 육 개월도 넘었는데 돈을 막 쓴다 했더니..... 나 갈게!" "같이 가자!" "그냥 혼자 갈게!" "너 혼자 다니다간 쓰러져. 같이 가자!"
흐느끼는 아영을 동희가 안고 길을 나선다.
최 목사는 흔들림 없이 설교를 계속한다.
"여러분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에 멸망이 있고 구원이 있습니다. 그 칩은 받아도 괜찮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나라 교회들은 그 칩의 출연을 막기 위해 서명 날인 운동도 벌이고 정부에 그 칩의 사용을 반대하는 목사님들도 계신 반면, 어떤 목사님들은 그 칩의 사용에 아무 상관이 없다지만 속지 마십시오! 그 칩을 받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의에 의해 조정을 받고 자신의 본성을 잃어가게 될 것입니다!"
진지한 젊은이들 속에서 동일은 딴전을 피운다. 부인하고 싶은 것이다. 동일은 일어나 밖으로 나가 먼 산을 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웃기네! 내가 이래서 교회를 안 온다니까......" 동일은 어슬렁거리며 밤거리 속으로 사라져 간다.
아영과 동희는 수소문 끝에 인규가 잡힌 경찰서에 도착했다. 수갑을 차고 조사를 받는 인규와 그의 어머니 모습이 보인다. 아영은 그런 인규를 발견하자 눈물부터 나온다.
"인규 씨! 이게 뭐야!" 인규는 숙인 고개를 들어 아영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말한다. "뭐 하러 왔냐?" 인규 어머니가 인규를 치며 복창을 터뜨린다. "이 노마야! 이게 우째된 기고? 아이고오! 이 노무 자슥아! 죽으라! 마!" 아영은 조사 중인 형사에게 사정한다. "이 사람이 잘못했지만 처음이잖아요. 선처해 주세요1" "아가씨들은 가요! 아주머니도 그만 가세요!" "초범이에요! 네? 형사님!" "이건 남의 카드를 위조한 거요! 게다가 수십억을 해 먹어서 한 십 년 썩을 걸!"
형사는 인규를 끌고 유치장으로 향하고 아영과 인규 어머니는 울먹이며 인규를 부른다.
성산 교회의 부목인 최 목사가 청년회 일행과 교회 안에서 나오는데 담임목사인 방용범 목사와 마주친다.
"최 목사님! 나 좀 봅시다!" "예! 목사님!" 방 목사는 최 목사를 데리고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마치 고용주가 사원을 보듯 방 목사는 최 목사를 그렇게 본다. 아주 강압적인 억누름이 있다.
"내가 그동안 쭉 지켜봤는데, 어린애들 모아놓고 뭐하는 것이야! 그렇게 애들을 선동하면 안 되는데......" "선동이 아닙니다!" "내 말 들어! 적당히 해야지...... 누군 이 때를 몰라서 잠잠한 줄 아나? 내가 몇 번 주위를 줬지......이렇게 당회장인 나와 뜻이 같지 않으면 별수 없지......." "예! 알겠습니다. 제가 물러나죠!" "한 달간 말미를 줄 테니 정리합시다!"
방 목사는 최 목사를 말없이 보는데 그 무거운 침묵으로 인해 최 목사는 그 무게에 꼼짝 못한 채 간신히 서 있을 뿐이다. 방 목사는 위풍당당하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나가버린다. 최 목사는 방 목사가 나가자 쓰러지듯 주저 앉아버린다. "하나님! 이 교회를 고치소서1"
대형 극장식 레스토랑에서 희경의 화려한 피아노 연주 실력에 사람들은 브라보 환호를 보낸다. 희경은 술잔을 받으며 취해 버리고 싶어 한다. 남자들의 손길이 희경을 건드린다. 희경은 흐느적거리며 뿌리친다. "이거 놔! 이러지 말라구....." "왜 이래? 이리 오라구....." "난 너희들관 안 놀아!" "이거 왜 이러시나? 우리 같은 놈들과 안 놀려면 유명 피아니스트가 이런 데는 왜 왔지?" "내가 돈 벌려고 온 거지 당신들 술 시중하러 온 건 아니니까......" 희경의 그 말을 듣자 한 사내가 품 속에서 수표를 희경에게 들이민다. "돈? 돈은 내가 얼마든지 주지. 나와 하루만 같이 합시다!" "난 이런 돈은 필요 없어! 난 정당한 돈만 받아!" "정당한 돈? 하루 밤 같이 해 주고 받는 돈도 정당하지 않나?" 희경이 그 수표를 허공에 날려버리자 주위가 산만하다. 희경이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가려 하자 그 사내가 희경의 어깨를 감싼다. 희경이 몸부림치자 사내는 희경을 희롱하려 한다. 술손님 중에서 동일이 나타나 희경을 사내 손에서 빼내 밖으로 뛰어나간다. 두 사람은 벅찬 숨을 몰아쉬며 걷다가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다. "야! 너 오늘 나 아니였으면 일 치를 뻔했다!" "웃기네! 같은 인간이잖아! 너도......" "난 아니지....." "내가 누굴 믿어!" "날 믿으라고......"
아영은 동희와 아영의 아파트로 들어온다. 힘없이 아영이 쓰러지자 동희가 포근히 안아준다. "아영아! 힘내!" "언니! 난 인규 씨가 정말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 "곧 풀려나올 거야! 니가 힘을 내야지...... 이런 환난 시에...... 그리고 사람들이 다 인규 씨를 이해 못해도 넌 인규씨를 위해 기도해줘야지! 그 죄부터 보지 말고......" "과연 그래야 할까? 그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렸어! 그리고 그런 사람이 싫어져! 어제의 모든 일이 환멸스럽고 내 자신에게 한없이 부끄러워!" "흔들리지 마! 바로 너와 같은 어려운 시험 속에서도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의심치 말고 기도해! 기도는 모든 환난을 이겨내는 힘이야1" "기도해 줘, 지금......"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지금 아영의 마음을 붙들어 주소서! 지금 우리는 큰 환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경제난과 전쟁의 위기가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그런 중에 사랑하는 형제가 범죄함으로 인해 아영이가 슬퍼합니다. 분노와 배신감에 괴로워합니다! 아영의 마음에 하나님을 믿는 믿음과 형제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은혜를 주옵소서! 아영을 지켜 주옵소서! 믿음으로......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만 믿는 믿음으로 사는 아영 자매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멘! 고마워! 언니......"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험난하게 변해간다. 큰 자는 더 커지고 작은 자는 더 작아진다. 있으면 더 넘쳐나며 없으면 있는 것마저도 빼앗겨 있는 이들에게 모든 것이 다 가버려 그 떨어지는 부스러기에 배를 채우려 목말라 한다. 불평등을 외쳐대면서 나누자고 말은 하지만 나누는 것은 지푸라기일뿐이다. 그래서 착취와 강탈, 지식과 돈으로 매수하는 세상, 힘으로 억압하는 세상이 되어 간다. 힘이 법이고 돈이 법을 이긴다. 힘이 있는 자들은 부드럽게 웃음 지으나 힘없는 자들은 목 놓아 울고 울어도 듣는 귀가 없어진다. 이것이 환난이다.
급기야 일이 터지고 만다. 여의도에 미사일 한발이 날아와 그 곳의 가장 높은 빌딩이 무너져 내리고 국회 의사당과 공중파 방송사들이 날아가 버리고 한강의 모든 다리가 끊겨 한강 물은 피바다가 된다. 눈 깜짝할 사이 세상이 지옥이다. 비명 소리와 불타는 광경을 그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다. 삽시간에 모든 공기가 독가스로 변하고 여기저기서 가스 폭발과 전기 누전으로 폭발과 화재가 잇따르고 조각난 사람들의 사체가 쌓인다. 어디에도 돌출구가 없는 지경에서 생존자들은 아비규환으로 밀치고 깔려서 죽어 간다. 사이렌 소리와 공군의 비행기 소리가 온 천지를 뒤덮는다. 생존 본능에 모든 사람은 이성을 잃고 미치광이가 된다. 길마다 차들은 꽉 차서 충돌 사고가 이어지지만 앰뷸런스나 소방차, 경찰차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오염된 공기로 쓰러지고 얼마 후 무장 군인들이 나타나 주위를 살피며 혼란을 잡으려 하나 두려운 공포에 사로잡힌 도시를 보자 그들도 정신없이 총탄을 난사한다.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소방관과 의료진들이 생존자와 부상자를 찾지만 온통 신음소리와 연이은 폭발로 걷잡을 수가 없다. 천국과 지옥이 순간에 바뀐 것이다. 사고에 사고가 따르고 남아 있는 빌딩과 아파트는 주저앉거나 흔들린다. 각 지하도마다 밀려드는 인파에 깔려 사상자가 늘고 이성과 질서가 순간에 사라져 벌린 세상! 과연 누가 이 험난하고 꿈같은 세상을 돌릴 수가 있을까? 그 막연하고 간절한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 계속 - |
'마지막시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성경 속의 짐승의 표와 RFID 베리칩 시스템에 대한 묵상 (0) | 2019.02.13 |
---|---|
[스크랩] " 유엔의 어젠더 입니다. 2025년부터 우리 몸에 칩을 심고 전자화폐를 보관한다고 합니다. 이 칩을 받지 않으면 사고 팔수가 없습니다." (0) | 2019.02.13 |
[스크랩] 송명희 시인의 말세를 위한 소설 - 표 (0) | 2018.12.28 |
[스크랩] 이시대의 최고의 예언자 초강력추천 송명희 표보세용~!!! (0) | 2018.12.28 |
[스크랩] WCC와 혼합된 대형교회들의 배도! (0) | 2018.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