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소

[스크랩] 세비야

하늘이슬 2008. 5. 2. 16:46
 


앙증맞은 론다를 뒤로하고
이른 아침, 세비야를 향해 길을 나선다.
야트막한 구릉지엔 올리브 나무가 몽실몽실하게 서있고
하얀 구름은 파란 도화지에 나비되어 나풀거린다.
평화로운 들녘이
햇살 가득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수줍게 미소를 띠고 있다.



이토록 푸르른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욕심은 얼마나 초라한 것이며
엄숙한 대지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겸허한 삶의 자세는 그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밀레의 만종이 머릿 속에 오버랩 되면서
자연의 숭고함에 감사와 찬미가 절로 나온다.


세비야의 아침이 빛살처럼 환하다.
지도를 펼쳐들고 세비야 대성당으로 향한다.
안달루시아의 중심 도시 세비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집시여인 카르멘이
돈 호세와 사랑에 빠진 담배공장이며 
그들이 사랑을 키우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마에스트란자 투우장 등
볼거리들이 고만고만한 거리에 모여 있다.
플라멩고의 도시 세비야..
세빌리아의 이발사로 귀에 익은 도시..
작지만 화려한 도시가 바로 세비야가 아닌가?


과달키비르강은 도시를 끼고 유유히 흐르고
어디선가에선 오페라가 흘러 나올 것 같고
예쁜 트램은 도시를 한층 더 멋스럽게 만들어 주고 
여유로운 사람들의 표정에 미소가 넘치는 곳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비제의 카르멘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이 오페라들의 무대로 세비야만큼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도시가 그리 흔할까..


이슬람, 중세 기독교, 아프리카와 신대륙, 집시까지 
몇천년간 수많은 문화와 인종이 한데 섞여 있지만
기후 탓일까?
세비야는 전혀 어두운 그림자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을 점령했던 
무어인들이 세운 모스크가 있던 자리에 
15세기 이곳을 점령한 기독교인들이 
모스크를 허물고 20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고딕양식의 세비야 대성당이
오렌지 나무와 함께 멀리 보인다.


세계 3대 성당이라는 명성답게
웅장하고 화려한 대성당이
짓푸른 하늘 아래 그림처럼 서 있다.
엄숙한 성당 안에는 전성기의 스페인을 상징하는 황금벽과 
황금으로 만든 공예품, 
대가들의 그림과 무려 7,000개의 파이프가 달린 
엄청난 크기의 바로크 양식 오르간이 우리의 눈을 현혹하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 유물들에는 
노예처럼 착취당했던 신대륙 원주민들의 피눈물도 어려 있음에
그 화려함에 마냥 빠져들 수가 없다.


금으로 치장한 성전 안을 둘러보며
그 옛날,
가난한 목수의 아들이셨던 예수님을 생각해본다..
유독, 스페인에 자주 발현하셨던 성모 마리아..
그래서일까.. 마리아 신심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 
스페인의 대성당을 둘러보며
소박하고 겸손하셨던 성모님을 생각해본다..


대성당에 붙어있는, 층층 계단을 올라 
회교사원 때 건축물인 히랄다 탑에 다다르니
아픈 다리를 쉬어서이기도 하지만
한눈에 탁트인 세비야의 풍경이 상큼하면서도 노곤하다.
강한 햇빛에 아른아른 도시가 펼쳐져 있다.
유태인골목이라 일컫는 곳에는
색색의 건물과 함께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풍경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내 시선을 빼앗고 있다.


저마다 사연 한아름 가슴에 담고
한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너도 나도 거울 보듯 뻔한 삶이지만
각양각색으로 풀어내는 인생이야기들..
아!
높은 곳에 올라서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구별없이
다 똑같이 꼬물꼬물하게만 보인다.


너무 완벽해서..
나란 존재가 끼어들 틈조차 없어서..
와우!..하고 감탄하고 나면
더이상 꽉 차오른 감정을 비집고 들어갈
그 어떤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아서
그래서 유럽은 오히려 슬픈 곳이다.
    글쓴이- 세헤라자데

 
Ave Maria / Inessa Galante
출처 : 야생화
글쓴이 : 오드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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