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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떳떳하지 못한 사랑은 불행을 잉태한다

하늘이슬 2008. 8. 2. 18:11

떳떳하지 못한 사랑은 불행을 잉태한다

 


가을사랑

 


사랑은 아주 특수한 존재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두 사람 사이에서만 존재한다. 두 사람만이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느끼는 것이지만 두 사람 모두가 똑 같은 강도로 느끼는 것도 아니다. 세상에 이런 형태의 존재는 없다.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이렇게 추상적이고 쉽게 개념정의를 내릴 수도 없는 그러면서도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무서운 힘을 가진 사랑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무모하게 도전했던 사람들은 나중에 후회하고 실망하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비슷한 강도로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가슴 속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은 상대방의 가슴 속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은 왜곡된다. 말로써 외관으로써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랑은 과장되거나 가식에 의해 꾸며진다. 사실과 다르게 전달되고 상대방은 착오를 일으키게 된다. 상대방이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기도 하고 헌신적인 사랑에 대해 자신도 똑 같이 보답하고자 마음먹는다. 그러나 상대방은 속마음을 숨기고 립서비스로 현혹시키거나 진실한 마음이 없는 바람둥일 수 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생성된 사랑은 특수한 환경과 풍토 속에서 자란다. 그 성장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느리게 자라기도 한다.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부평초처럼 떠다니기도 한다. 사랑은 손으로 잡고 있을 수도 없고 사진이나 X-Ray를 찍어 보관할 수도 없다. 사랑하는 순간의 대화를 녹음해 두거나 서로의 포옹장면을 VTR로 녹화해 놓았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랑하는 현상에 불과할 뿐 사랑 그 자체의 존재라고 할 수 없다.


불륜의 사랑에 있어서 이런 사랑의 모습은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서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작되는 사랑은 시간이 가도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1) 아무리 영원을 약속해도 언젠가는 헤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숨을 죽이고 살아야 한다. 상대방을 완전히 자기의 소유로 만들 수 없다는 현실의 벽 앞에서 그들은 기가 죽고 사랑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수 있다. 그래도 그들은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을 발전시킨다. 그것은 의지의 산물일 수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라 전개되는 과정일 수도 있다. 불륜도 일반적인 사랑과 마찬가지로 사랑이 잉태되고 성장하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게 된다. 때로는 도중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메말라 죽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뿌리째 뽑혀 고사하기도 한다. 스스로 의욕을 잃고 소멸해가기도 한다. 이처럼 불륜의 사랑이 자라는 환경은 매우 척박하다.

 


불륜의 서식처

 

첫째, 외로운 사막에서 시작된다. 두 사람만이 키워야 하는 고독한 상황이다. 아무도 그 나무에 물을 주지 않는다. 오아시스도 발견되지 않는다. 고독함과 적막함만이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랑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인 사람들밖에 없는 풍토에서 불륜의 씨앗은 모래밭에 던져진다. 그래서 많은 불륜의 씨앗은 어느 단계에 이르러 스쳐지나가는 작은 인연으로 끝나기도 하고 일시적인 정염을 불태우는 불장난으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둘째, 서로에 대한 불신을 지닌 채 불륜사랑은 처절한 투쟁을 해야 한다. 배우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배우자와 자신을 비교해 달라는 무리한 주문을 계속해야 하고 배우자를 버릴 것인지 자신을 버릴 것인지 결정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 그 불신은 아주 오래 간다. 아니 평생 갈 수도 있다.


셋째, 양다리를 걸친 어정쩡한 입장에서 많은 변명을 해야 한다. 때로는 거짓말도 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꽤 많다. 이쪽저쪽에 비위를 맞추어야 하고 양쪽 다 잘해 주어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고 어렵겠는가?


넷째, 자신들의 사랑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는 사람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첫사랑의 경우에는 하늘과 땅을 두고 맹세를 한다. 별을 보고 달을 보고 서약을 한다. 비록 나중에 지키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유부남과 미혼녀가 약속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어디까지 지켜질지에 대해서는 서로가 장담을 못하게 된다.


다섯째, 경제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어지러울 정도가 된다. 돈을 가지고 다투는 일이 많게 된다. 기존의 가정에 대한 부양책임을 지고 있어 아무래도 충분한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 못한다. 재산이 양쪽으로 나누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각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여섯째, 불륜이 언제 드러날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불안감을 지니고 생활해야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바람을 피면서 배우자에게 들킬 것이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방심하면서 살아간다. 초기에는 거짓말이 통하지만 배우자에게는 나름대로 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무언가 이상하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종전에 하지 않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하게 되고 뒷조사를 하게 된다. 전화통화 내역을 확인하고 신용카드 내역을 확인하게 된다. 귀가시간이 늦으면 늦는 이유를 자세하게 알아보기도 한다. 소지품조사도 하게 되고 옷에서 향수냄새가 나는지 코를 쫑긋거리게 된다. 그건 사람의 본능이다. 자신의 운명에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면 그 재난을 피하기 위해 동물 이상으로 본능을 움직여 현상을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려고 드는 것이다. 그래서 불륜사랑은 자신들의 사랑의 행적에 대해 미행자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항상 내포한 채 사랑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불행의 씨앗인가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에서의 일탈을 꿈꾸어 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멋있는 사랑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번 진한 사랑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사랑과 비교가 되고, 현재의 생활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사랑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새로운 사랑이란 애정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다. 기존의 인간관계에서 굳어진 딱딱한 삶의 껍질을 벗어나서 상큼한 공기를 마셔보는 일이다. 그러나 상큼한 공기처럼 다가와 그렇게 시작된 불륜의 사랑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 전개과정에서 닥쳐오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은 어떤 것들인가? 그 무게는 얼마나 되며 과연 자신이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사건과 사례를 통해 간접경험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그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불륜이라는 라벨이 붙은 애정관계는 결코 순탄치 않다. 높은 산을 넘어야 하고 험한 강을 건너야 한다. 그 산에는 많은 뱀과 사나운 동물들이 잠복해 있다가 괴롭힐 것이고 강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덩이가 파여 있을 것이다.


불륜은 불행의 씨앗임에 틀림없다. 불륜을 극복해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불륜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고 많은 상처를 입게 된다. 그게 현실이다. 불륜은 왜 불행의 씨앗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 사이에 좋은 감정을 느끼고 아끼는 사랑을 하는데 행복을 얻지 못하고 불행을 잉태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불륜사랑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와 외부의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첫째, 불륜은 불안한 가운데 노심초사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하는 사랑이 아니다. 떳떳하지 못한 일은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내놓고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륜은 시초부터 위축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마음 한 구석에는 죄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시대가 변해 불륜에 대한 죄의식은 둔해지고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배우자 있는 남자와 여자를 향해 적극적으로 달라붙으면서 기존의 배우자에게 헤어지라고 강요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예외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륜관계에 들어섰다고 해도 상대방의 배우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둘째, 불륜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야 하고 알리바이를 꾸며놓아야 한다.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한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들의 행각이 탄로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한다. 신경이 곤두서고 인식작용이 분열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인격은 왜곡되고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이고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된다. 배우자가 불륜을 의심하게 되면 자꾸 캐묻게 되고 그에 대한 거짓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하나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서는 열개의 거짓말이 계속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다.


셋째, 언젠가는 불륜이 노출되어 공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게 되어 있다. 이런 저런 경로로 부인이 알게 되어 두 사람 앞에 나타나게 된다. 부인은 격한 상태에서 두 사람을 공격한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공격을 계속하게 된다. 배우자의 부정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받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바람을 피워도 자신의 남편이나 부인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산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단서가 잡히기 시작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계속 파악하다 보면 결정적인 증거가 포착되는 수가 있다. 눈으로 확인된 배우자의 부정행위에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존재가 있다. 애정관계에서 제3자가 끼어들은 것이다. 우선 느끼는 감정은 모욕감이다. 자신의 인격이 완전히 부정되는 상황이 된다. 자신의 어디가 어떻다고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운다는 말인가? 사람은 주관적인 입장에서만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바람을 피우는 배우자의 심리상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으로써 곧 바로 흥분상태가 된다. 세상이 까맣게 보이고,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지금까지 남편이나 부인을 위해서만 살아 온 자신이 너무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흥분상태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특히 유부녀와 연애를 하다가 남편에게 발각되는 경우에는 생명에 위험까지 느끼게 된다. 흥분한 남편이 폭행을 하거나 살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넷째, 불륜의 결과는 배우자를 비롯해서 가족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입히고 실망을 준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체면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1) 일본의 작가 아리카와 히로미가 쓴 책 ‘불륜의 사랑도 사랑은 사랑’, ‘불륜-그 치명적인 사랑애대해-’ 등은 불륜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출처 : 가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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