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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불안한 오후가 쏟아진다.........정지우

하늘이슬 2008. 8. 7. 10:53

 

 

 

 

 

 

 

수도꼭지 밸브가 그녀를 돌린다. 졸졸졸 그녀가 샌다. 물소리가 개수대에 쌓인 일요일 오후를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 한다. 수세미를 들고 수압이 약하다고 투덜댄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래전 그녀를 잠궜다. 여자는 밖으로 돌면 안돼, 허벅지가 보이는 스커트를 입지 마! 밤 8시 땡 하면 들어와야 해 지금도 수위조절로 맞벌이를 하는 그녀, 너무 조여진 채로 밥을 하고 김치를 담고 살았지 거름망에 낀 모래알갱이를 빼내고 막힌 시간을 꺼내야해 유전은 흘러가기 마련이지 내 딸은 아버지 방식으로 키우지 않을 거야 그녀는 아버지가 잠가둔 밸브를 드라이버로 푼다. 딸을 반 바퀴 돌린다. 조금씩 긴장을 풀고 흘러도 괜찮겠지 딸이 하수구로 빠져 나간다. 딸이 헛돈다. 속눈썹을 붙이는 열네 살 소녀, 남친과 PC방에서 나온다. 딸을 한 바퀴 더 돌리는 순간, 콸콸 속 썩이는 딸이 쏟아진다. 너무 풀어진 딸이 배꼽에 피어싱을 하고 가출했다 지루한 일요일이 그녀를 덮쳐온다 그녀를 설거지 한다

.....정지우....

 

 

출처 : Waterdrop
글쓴이 : magic pond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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