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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산책로 밖의 산책 산책시 8..........이문재

하늘이슬 2008. 8. 7. 10:48

 

 

 

 

 

 

 

나의 꿈은 산책로 하나

갖는 것이었다 혼자이거나

둘만의 아침일 때에도

언제나 맨 처음의 문으로 열리는

그 숲에선 혼자가 나를

둘이 서로를 간섭하지 않을 것이었다

 

매일 그 시간을 나는 그 길

위에 있을테고 숲길 저마다의

굽이들이 나를 기다릴 것이었다

저녁의 섬세한 무렵들이 음악과 같이

나의 산책 안에서 한 칸씩 달라질 터

그때 나는 풍경을 그대의

온전함이라고 노래했으나

 

홀로이거나 둘만의 저녁이라고

믿었던 그 숨가쁘던 날들은

휘발되어 버리고 돌아보면

은자의 꿈 일찍이

부숴지고 말았으니 산책은

산책로 밖으로 나아가려는

불가능인 것 기어이 산책로의

바깥에서 주저앉는 무모인 것을

 

산책은 산책로 밖에 있어야 했다

 

...이문재<산책시편> 산책시 8...

출처 : Waterdr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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