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산책로 하나
갖는 것이었다 혼자이거나
둘만의 아침일 때에도
언제나 맨 처음의 문으로 열리는
그 숲에선 혼자가 나를
둘이 서로를 간섭하지 않을 것이었다
매일 그 시간을 나는 그 길
위에 있을테고 숲길 저마다의
굽이들이 나를 기다릴 것이었다
저녁의 섬세한 무렵들이 음악과 같이
나의 산책 안에서 한 칸씩 달라질 터
그때 나는 풍경을 그대의
온전함이라고 노래했으나
홀로이거나 둘만의 저녁이라고
믿었던 그 숨가쁘던 날들은
휘발되어 버리고 돌아보면
은자의 꿈 일찍이
부숴지고 말았으니 산책은
산책로 밖으로 나아가려는
불가능인 것 기어이 산책로의
바깥에서 주저앉는 무모인 것을
산책은 산책로 밖에 있어야 했다
...이문재<산책시편> 산책시 8...
출처 : Waterdrop
글쓴이 : magic pond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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