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하
철모르던 어린 시절
그때에는 사람은 늘 함께 살아가고
늘 만날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열세 살 어느 가을 이었습니다
멋모르고 그 아이 놀고 있던 고무줄 끊어놓고
책상 금 넘어온 지우개 빼앗아 끝내 울음 터뜨리게 한
어느 가을의 하루였습니다
다음 날 선생님 손목 잡고
마지막 인사 남긴 채
멀리 멀리 비행기 타고 미국으로 떠나갔습니다
얼마나 먼 곳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뒷동산 올라 비행기 보면
다시 오는 줄 알고 들뜨기도 했었습니다
늘 내 짝궁일 줄 알고 놀 때마다 훼방놓고 좋아하면서도
청개구리처럼 나는 악동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떠나가고
하루 이틀 그러다 한달 두 달
그러다 한 해가 지나갈 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다시는 고무줄을 끊는 짓은 하지 말자
책상을 반으로 그어 지우개를 빼앗는 짓도 하지 말자
끊어진 고무줄을 이어주려 해도
넘어온 지우개를 돌려주려 해도
그 아이가 없었습니다
몰래 교회 예배당에 가서 기도했습니다
미국에서 나 같은 악동 만나지 않게
하나님이 지켜달라고 ......
그 후론 하늘의 비행기만 보면 미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 가을 그 아이가
내 첫사랑이었나 봅니다
향기 좋은 지우개만 보면
골목에서 고무줄 놀이하는 아이들만 보면
열세 살 그 착한 짝궁이 그리워집니다
가을 하늘만 보면
그 아이 울던 모습이 하늘에 아른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