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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첫사랑

하늘이슬 2009. 11. 26. 17:47

 

 

        첫사랑 / 장시하 철모르던 어린 시절 그때에는 사람은 늘 함께 살아가고 늘 만날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열세 살 어느 가을 이었습니다 멋모르고 그 아이 놀고 있던 고무줄 끊어놓고 책상 금 넘어온 지우개 빼앗아 끝내 울음 터뜨리게 한 어느 가을의 하루였습니다 다음 날 선생님 손목 잡고 마지막 인사 남긴 채 멀리 멀리 비행기 타고 미국으로 떠나갔습니다 얼마나 먼 곳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뒷동산 올라 비행기 보면 다시 오는 줄 알고 들뜨기도 했었습니다 늘 내 짝궁일 줄 알고 놀 때마다 훼방놓고 좋아하면서도 청개구리처럼 나는 악동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떠나가고 하루 이틀 그러다 한달 두 달 그러다 한 해가 지나갈 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다시는 고무줄을 끊는 짓은 하지 말자 책상을 반으로 그어 지우개를 빼앗는 짓도 하지 말자 끊어진 고무줄을 이어주려 해도 넘어온 지우개를 돌려주려 해도 그 아이가 없었습니다 몰래 교회 예배당에 가서 기도했습니다 미국에서 나 같은 악동 만나지 않게 하나님이 지켜달라고 ...... 그 후론 하늘의 비행기만 보면 미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 가을 그 아이가 내 첫사랑이었나 봅니다 향기 좋은 지우개만 보면 골목에서 고무줄 놀이하는 아이들만 보면 열세 살 그 착한 짝궁이 그리워집니다 가을 하늘만 보면 그 아이 울던 모습이 하늘에 아른거립니다
출처 : 은혜(恩惠)
글쓴이 : 은혜 (恩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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