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스크랩] 기형도 생가

하늘이슬 2013. 4. 9. 14:54

기형도 생가터

안개 / 기형도 1 아침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다닌다. 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는,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안개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 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 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안개의 탓은 아니다. 안개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해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 아침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기형도 전집. 문학과 지성사] **시인 기형도씨는 1960년 경기도 옹진군 연평리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에 중앙일보사에 입사. 1989년 3월 7일 새벽, 종로의 심야 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사망. 만 29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있었다. 그해 5월 유고 시집[입속의 검은 잎]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살아 있을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일부 비평가에 의해서만 내면적이고 비의적이며 우화적인, 독특한 색채의 시인으로 평가받았다

  

기형도 시인 생가터/무정 정정민 여기가 어딘지 눈을 감고도 안다 이곳을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얼마전 이곳을 지나다가 벽에 붙어 있는 기형도 시인의 생가터라는 표지를 보고 이미 20미터나 지나갔지만 다시 돌아와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이곳은 소하리로 지금은 광명 메모리얼파크 입구로 설명하는 것이 쉬울 것이다. 근처에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이 있다 생가터란 사진이 걸려있는 벽은 시흥역과 광명고속철역을 오가는 전철이 지나는 곳이다. 이벽 뒤로는 안양천이 흐르고 이 안양천 둔치를 자전거로 수도 없이 다녔다. 또 안양천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다. 물론 비가 많이 내려 물이 많아지면 건널 수 없다. 시인은 이 건널목을 건너 석수나 시흥에 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둑길은 기아대교로 연결되는데 이곳으로 차가 다닐 수 있다. 이길 또한 차로 수 번이나 다녔던 곳이다. 지금이야 많이 정비되어 새로 집이 들어섰지만 이전에는 판자집이 즐비했던 곳이다. 근교농업이 발달했던 곳 안양천이 정비되기 전에는 오염되고 낙후된 도시 빈민이 살았던 곳이다. 나는 의왕으로 출퇴근하며 매일 이곳을 두 번이나 지나갔지만 며칠 전에야 시인의 생가터였다는 것을 벽에 붙은 사진을 보고 알았다. 지금은 창고하나 덜렁 있는 곳이다. 나보다 8년 늦게 퇴어나 30도 되기 전에 요절한 시인 시인의 우울한 시를 읽으며 자꾸 나를 돌아 보게 되었다. 안양천도 다시 보게 되었다. 이제는 시인이 어떻게 보았을까를 생각하며 주변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겨울 가을 그리고 봄과 여름의 얀양천 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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