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을 몇차례 다녀왔지만 여지껏 곁눈질만 한 것 같아
특별히 작심하고 갤러리 몇곳을 찾아 볼 목적으로 다시 발길을 들여놓는데
작은 골목길 한곳을 비집고 들어서면 목인(木人)을 만나게 됩니다.
목인의 보금자리인 2층건물 전면에는 담쟁이가 6월의 이름으로 싱그럽게 달라붙어 있고
마당 이켠저켠의 쬐그마한 꽃밭에서는 의외로 옛사람, 석인까지 만나게 됩니다.
어떤 석공의 손길로 태어나서 여로를 거쳐 이곳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시간은 잠시 멈춤을 당하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인 옛석인과
대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너는 이 모진 세월 풍파에 잘도 견뎌왔었구나....
목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도 살피지 못하면 볼 수 없는 소석인을 발견하는데
출입구에서 이곳 갤러리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되니 마음을 가다듬게 됩니다.
4센티 가량의 두꺼운 목판에 색 고운 유화를 입혔으니 이로써
나무판자에 생명을 불어넣은거나 다름없습니다.
담쟁이가 흘려놓은 햇살로 빛을 담고있는 창가의 그림하며,
지하공간을 꾸며놓은 부드러운 조명의 갤러리엔 스머프들이 한잔의 차만 있어도
담소하며 앉아놀기에 적당한 빈 의자들이 방문객의 마음을 토닥여주는데
아주아주 앙증맞은 소품이 그림과 함께하니 주인장의 안목이 옅보입니다.
붉은 노을과 하얀 구름과 가을단풍, 연꽃 한송이와 담쟁이,
그리고 첫서리가 내릴 때 쯤의 가을 나뭇가지가 가지는 추상들...
그림의 소재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계절과 자연입니다.
좀 특이한 곳에다 그림을 그렸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는데
주홍색 가을단풍 하나에 손가락을 살며시 가져가 보니 가을바람이 잡힙니다.
목인갤러리에는 담쟁이를 펼쳐놓은 녹색 커텐속 빈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잠시 몸만 내려놓으면 자유의지로도 풀어놓지 못하는
심연까지도 평안에 젖어들게 하겠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듭니다.
목인은 평화롭고 친절하며 온유한데 이곳을 지키는 여자분 역시 그렇네요.
조금전에 들렀던 어느 화랑과는 사람도 분위기도 딴판입니다.
2층 목인박물관으로 올라가지 못함이 아쉬웠으나 또 기회는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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