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끝단의 늙은 느티나무에도 5월 그 신록의 계절은 찾아왔습니다.
나는 오늘, 바람과 물과 초록으로 물든 5월의 두물머리에서
겨우내 잃어버린 연가의 첫장을 열어보기 위하여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서 계절의 꿈을 꾸고 있는 두물머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꽁꽁 얼어버린 강자락 한켠 계류장에 묶여있던 나룻배는
더넓은 강물을 만나기 위해 봄바람 따라 살며시 몸을 움직입니다.
오래전에 생명이 사라진 고사목도 이곳 두물머리에 서있으면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하여 바람과 강물과 동화되어 세월의 돗단배를 함께 타고 흐릅니다.
황포에 새겨진 양수리 연가는 짐진 어깨를 가진 도시민에게
유혹의 손짓을 하며 이곳으로 불러들여 잠시라도 쉬어가라 하고,
지난해 요염한 자태를 뽐내던 능소화의 싱그런 줄기가 하늘을 향해
기어오르고 있는 그 와중에도 두물머리의 신록은 점점 더 짙어만 갑니다.
연밭에는 두 강물이 혼합되어 연뿌리에 넉넉하게 채워지니
올 여름에도 화려한 연꽃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창포가 간간이 낀 수표면에는 한송이 수련이 먼저 피어나서
수줍게도 이봄을 기웃거리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앙증맞습니다.
꿈을 꾸고 있는건 물속의 수련 뿐 아니라 낭만을 찾아 연밭위의 작은 목교를 거니는
사람 또 한 그렇습니다.
보름날 쥐불놀이의 추억이 담겨져 있을 녹슨 빈깡통이 낡은 철사줄에 묶여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으나, 이 또한 두물머리의 초상이기도 합니다.
석창원 뜨락에는 보라색, 노란색 붓꽃이 5월의 햇살이 피곤한 듯 고개숙여 있고
두 강물을 끌어당겨 수석 사이로 흘러내리게 한 작은 도랑이 흥겨운 소리를 내며
모체의 강으로 올망졸망 흘러 내리니 이 또한 꿈을 꾸는 소리입니다.
석창원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데
물과 꽃과 바람이 넉넉한 5월의 양수리가 보여주는 특유의 정취 때문입니다.
연밭위로 먹구름이 살며시 다가서기 시작하더니 한차례 천둥소리로
소낙비를 뿌리기 시작하는데 우산을 가졌더라면 한참을 서있었을 것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두물머리가 들려주는 연가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카시아 향기가 은은하게 스며드는 두물머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유혹,
도시민을 향한 노스탈자의 그 손짓을 하며 여전히 꿈을 꾸고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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