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스크랩] 지방자치시대 복지행정의 올바른 방향

하늘이슬 2008. 8. 2. 18:29
지방자치시대 복지행정의 올바른 방향


김 순 양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는 지방행정의 작동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관청의 높은 문턱과 멀리 떨어져 있던 자치단체장, 퉁명스럽던 공무원이 맑고 산뜻한 관청, 웃으면서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시장과 군수, 친절하고 상냥한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와도 같은 일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사고도 변하였다. 과거의 신민적이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서 보다 적극적으로 행정에 참여하고 권리를 행사하려 한다.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의 실시와 더불어 지방행정의 기능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등한시되었던 사회복지기능, 문화공보기능, 환경관련기능 등 주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되는 기능들이 많이 보강되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사회복지기능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었다. 그 동안 개발행정에 밀려서 지방행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부녀복지, 아동복지 등의 복지행정이 이제 지방행정의 중요한 기능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지방행정의 궁극적 목표가 주민들의 행복증진에 있음을 상기하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복지행정의 중요성이 이처럼 커지는 이면에는 문제점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점들 중에서는 지방자치의 고유한 속성에서 파생하는 것도 있으며, 복지행정 그 자체의 속성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한 번쯤 현시점에서 지방정부 복지행정의 문제점을 짚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현행 지방정부 복지행정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직 복지행정의 이념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복지행정의 이념은 무엇보다도 형평성과 대응성이 중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복지행정에는 여전히 법규만능주의와 능률지상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수혜 대상자의 선정에서부터 복지서비스의 제공에 이르기까지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을 독려한다. 복지수혜자의 만족도 향상은 능률성에 밀려버리기 쉽상이다. 이제 지방정부의 복지행정은 주민들의 다양한 복지욕구에 융통성있게 반응하며, 사회적 형평성이 존중되는 인간적인 복지행정이 되어야 겠다.

둘째, 여전히 폐쇄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복지행정이 많다.
지방정부에 각종의 사회복지 관련 위원회들이 있지만, 지극히 형식적이다. 읍·면·동의 생활보호위원회 운영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복지행정의 정보는 행정편의적으로 공개된다. 동이나 면사무소의 게시판 모퉁이에 공개되는 정도이다. 절차는 여전히 까다롭다. 이제 복지행정은 좀더 개방적이고 참여 지향적이어야 하며, 좀더 주민편의를 중시해야겠다. 이점에서 복지공무원은 냉철한 관료보다는 휴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셋째, 획일적인 복지행정이 여전하다.
복지수혜자들의 지역별, 성별, 연령별, 능력별 특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다. 이는 현재의 복지행정 인력과 예산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지이다. 노인복지를 예로 들면, 도시지역과 농촌지역간에, 남녀간에, 60대와 70대간에, 무학과 고학력간에 복지욕구의 편차가 크다. 이제 수혜자들의 욕구에 반응할 수 있도록 좀더 다양성이 존중되는 복지행정이 되어야 하겠다.

넷째, 형식적이고 전시위주의 복지행정이 많다.
복지행정은 본래 인간의 행복이라는 내면적인 가치와 관련된 것이므로 질적인 분야이다. 따라서 내실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제 실시이후에 복지행정도 다분히 하드웨어적인 요소가 중시되는 감이 없지 않다. 마을마다 대형 경로당과 종합복지관들이 설립된다. 물론 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복지예산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제대로 수요조사도 해보지 않고 많은 비용으로 대형건물부터 짓고 보는 것은 제고해야 한다. 아마도 재임기간 중에 번듯한 건물이라도 지어놓아야 다음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동기가 배어 있지는 않은지. 농촌의 빈집을 임대하는 등 현재 있는 시설을 잘 활용하고 복지프로그램을 잘 개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아직도 탁상의 복지행정이 많다.
탁상행정은 행정과 현실이 괴리되어 있는 것이다. 목표와 계획은 그럴 듯하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문서처리는 그럴 듯하지만 현장확인은 거치지 않는다. 생활보호행정이나 공공근로사업 등 복지행정의 많은 부분들이 제대로 현장점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승용차를 소유한 사람이 계속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는 현실은 복지행정이 현장행정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제 복지행정도 현장에서 확인하는 행정이 되어야 한다. 탁상에서 업무를 보더라도 마음은 현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물론 이외에도 현재 지방정부의 복지행정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만약 이러한 문제점들을 방치하면 지방정부의 복지행정은 점차 주민들의 신뢰성을 상실함은 물론, 적실성과 형평성이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할 것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복지행정은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선 복지행정의 내용은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행정도 이제 한 장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원스톱(one stop) 행정, 쉬지 않고 문제에 대응하는 논스톱(non-stop) 행정,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하는 원타치(one touch) 행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공무원의 전문성 제고가 시급하다. 이제 복지전문가들에 대한 특채의 폭을 넓히고, 직렬별 심화교육을 확대하고, 체계적인 경력관리를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성에 더해서, 사회적 약자를 애정으로 보살피는 철저한 직업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복지행정이 지방행정의 다른 분야를 선도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직의 형태를 보다 수평적인 형태로 바꿈으로서 복지수혜자들의 요구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현재의 계층제조직은 다양한 복지욕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다단계결재로 인하여 신속하게 반응하지도 못한다. 의사결정권이 없는 현장의 복지공무원이 책임감있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제 복지행정부터 보다 신속하고 융통성있게 주민들의 복지욕구에 대응하며, 복지서비스가 현장에서 완결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설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 사회복지를 지방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하려는 사고는 버려야 한다. 민간부문을 활용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만 복지서비스가 나아질 것이란 생각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우선 민간의 인적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이른바 공동생산의 방식이다. 자원봉사자를 잘 관리한다든지, 결연사업을 주선한다든지 하는 것 등은 민간인력을 복지행정과정에 동참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민간부문의 재원 즉, 물적자원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부문화의 정착을 촉진하고, 기부금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민간조직도 잘 활용해야 한다. 관변단체와의 관계만 맺을 것이 아니라, 건전한 민간단체들과 공동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외에도 민간의 기술, 장비 등도 지방정부의 복지행정과정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복지행정의 기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방자치제하의 복지행정은 외형적인 팽창보다는 질적인 심화가 중요하다. 민선단체장이 등장한지 5년이 다가오는 지금, 건강한 복지행정을 위해서는 앞만 내다보고 달리기 보다는 주민의 편에서 과거를 반성하고 시정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는 미래의 훌륭한 스승이기 때문이다.
출처 : 인생은 나침판 없는 여행
글쓴이 : 吾坪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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