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진

[스크랩] 9월의 양수리 연가

하늘이슬 2008. 10. 16. 14:16

늙은 느티나무의 기상이 세월을 꺼꾸로 돌려놓은 듯 녹색의 싱그러움으로

결코 고독하지도 않을 두 강물의 합치점에 우뚝 서있고, 

 

 강바람에 몸을 움직이는 황포돛배의 미동으로 이미 가을을 탐하고 있는 곳, 

 

강물이 서로 만나 추억을 만들다가 끝내는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이야기를

옛추억으로 간직하며 내걸린 빈 마음에도 강바람타고 온 가을이 묻어납니다.  

  

숱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간직한 두물머리의 양갈래 긴 산책로에는 

찾아오는 발길로 바쁜 하루를 맞이하고 있으니 이 계절 초가을이 주는 넉넉함으로

건조한 도시민의 마음을 젖게해주는 양수리만의 은전(恩傳)이자 고마움입니다. 

 

 

댐을 통과한 물도 북한강 허리를 감싸고 나온 물도 이곳에서 만나면 큰 강,

한강이란 이름으로 거대한 도시의 생명선을 이어갈 귀한 존재로 변하게 되니 숭고합니다.

 

남국의 마지막 햇살에 몸을 맞긴 크다란 연잎은 환희의 뒤안길을 지키는

꽃대 꺾인 윤회의 마지막 얼굴이기도 하겠다고 생각하니 엄숙해집니다.  

  

두물머리에 피어난 코스모스가 도심의 시끄러운 소음속에 피어오른

축제장의 숱한 코스모스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강바람이 불어오는대로 

몸을 맞긴 연약하고도 청순한 꽃잎의 이미지가 연인의 마음을 훔쳐내어 미소짓는

여리도록 순박한 순결이 넘실거리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작은 마음에 사랑 하나를 다짐하며 그리움으로 이 계절을 마감할

지극히 자연에 순종하면서 끝내 고개를 떨구고마는 순고한 청순미는

5월의 여왕 장미와도 견줄 수 없는 가을 이야기의 중심에 선 계절의 여왕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연잎으로 퍼져나가는 가을 여심이 전해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손을 서로 마주잡은 연인의 모습에도 연잎의 속삭임이 함께 자리하니

바로 두물머리의 이야기가 되고 양수리 연가(戀歌)가 됩니다.

 

그러고 보니 개구리밥풀과 물풀들이 가득한 연밭에는 강풍을 끌어들인

오리의 노래소리와 사람사는 세상이 전해주는 여유로움으로 넉넉합니다. 

  

우리는 이 계절을 통하여 윤회의 다음 장(場)으로 이어가는 길 모퉁이에서

강물같은 시간과 이를 지켜보는 자연속에 나를 내려놓으므로 순응합니다. 

 

연꽃이 떨어진 연의 줄기에 지금은 고추잠자리가 날아들어 쉬어가지만

강가에 새벽안개가 조용히 내려앉고, 스산한 바람이 강물타고 흘러 들어오면 

  

 두물머리의 시간도 어김없이 또 다른 계절속으로 물들어 가겠지요.

 

9월 하늘아래 두물머리에는 못다한 연잎 사랑이 아직은 푸른빛으로 피어오르고

 

매마른 나뭇가지 위에 걸터앉을, 지금은 집을 떠난 까치는 지금쯤

자신이 매여놓은 보금자리를 기억하며 그리움으로 귀향의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름니다.

 

오후의 긴 그림자가 내려앉은 이자리에 유난히 발빠른 북풍이 찾아와

곱게 물든 단풍 한잎 두잎 땅으로 떨구어내기 시작하고는 강 가장자리에

살얼음이 살갑게 내려앉을 때 쯤에는 내가 걷고있는 이 길에

강물처럼 맑은 하얀눈이 기분좋게 내려앉을테고, 

 

"돛단배 물 위에 떠서 넌지시 하늘을 누르고 산 그림자 마실나온 저녁답 지나

은구슬 사운거리는 감미로운 밤이 찾아드는... " , 그 양수리에서 흘러나오는

두 강물이 맺은 연가(戀歌)는 영원히 끝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수리의 가을은 9월의 햇살속에 이미 젖어들기 시작했는데

10월에 들려줄 또 다른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강물과 황포에 젖어드는 연가...

   

 

 

출처 : 가을남자의 평상심(平常心)
글쓴이 : 가을男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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