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에서 시작되는 서촌 데이트 코스
여행에 편리함을 더하는 교통정보가 있다면 1, 2 호선 시청역 4 번 출구 ( 프레스센터 ) 앞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종로 09 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 도착하면 서촌여행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 중간 정류장이 아닌 종점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수성동계곡 주변을 짧게라도 산책하고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수성동 계곡 입구
도보로 이동 중인 누군가는 벽면에 남겨진 수성동계곡에 관한 약도를 보고는 탄력을 받으며 오르막을 올라오고 있을 때 , 버스 환승을 통해 목적지까지 불편 없이 이동하는 만큼 발걸음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으니 마을버스 종점에서 가까운 인왕산 수성동계곡의 가을을 만끽해보자 .
수성동 계곡 기린교
누구라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 그것은 아마도 조용한 명상을 위해 , 아니면 건강한 여가를 위해 굳이 시외로 나갈 필요가 없이 이곳에 찾아오면 된다는 것이다 . 그렇게 도심 속 숲은 푸릇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 안전을 위해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기린교는 6 미터에 가까운 통돌을 그대로 놓고 다리로 사용했던 점이 돋보였다 . 좋은 날씨에 숲의 기운을 받으며 맑아진 마음까지 더해지니 산뜻하게 서촌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
옥인길 거리벽화
경복궁 서측으로 조성된 걷기 코스 중 ' 하늘풍경길 ' 이라는 4 코스 구간을 지나고 있었다 . 눈에 띄는 장소가 아니었지만 고개를 돌려 안쪽 골목길을 보다가 센스 돋는 벽화를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 다른 그림자와 섞이며 이렇게 느낌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니 걷고 싶은 길을 인정하게 하는 큰 힘이 된다 .
박노수 미술관
다시 내리막길을 따라 걷게 되는데 이 동네에는 집집마다 감나무를 심은 것이 눈에 띈다 . 이미 잘 익어버린 감 몇 개가 땅 위에 떨어져 아쉬움을 남기게 했지만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을 보며 가을이 남긴 달콤한 선물들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들은 즐겁다 .
종점으로 가는 길에 마을버스 안에서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박노수 미술관을 확인했기에 지나가다 놓치는 실수는 없었다 . 수성동계곡을 생각하고 미술관을 찾는다면 버스정류장 안내방송도 ' 박노수 미술관 ' 으로 알리고 있어서 참고하면 되겠다 .
박노수 미술관
내부 공간이 좁아서 입장 제한이 있는 곳이다 . 주말이면 대기시간이 길어져 출입구를 바라보며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은 없는지 기다리게 되는 지루함이 있지만 , 정원에 있는 수석과 나무 한 그루까지 작가의 작품이라고 전하고 있으니 자신의 입장순서가 오기까지 기다림을 정원을 감상하며 달래보는 것도 좋겠다 .
무료입장이라서 좋지만 , 입장을 하면 실내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 시선을 통해 내부 구조에서 전달되는 느낌과 화실과 작품들을 세심하게 바라보며 작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좋겠다 . 건물 뒤편에 비탈진 언덕이 있다 .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전망대에서 박노수 가옥을 내려다보는 것은 괜찮은 선택이다 . 그곳은 산수유 열매가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
반가운 서촌마을 한글 간판
인사동에서만 한글 간판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 서촌마을에서 만나는 한글이 반갑고 고맙기까지 했다 .
통인시장
필운대로에 도착하니 길 건너 통인시장 입구가 보인다 . 주말이면 박노수 미술관에서 통인시장으로 진입하는 동선이 좋은 이유가 있다면 도시락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 엽전으로 바꿀 수 있는 판매소가 필운대로 출입구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 도시락을 먹는 방문자가 몰리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라서 통인시장 도시락을 먹을 생각이라면 시장 입구에서 엽전 10 개 ( 오천 원 ) 를 구입해 빈 용기에 원하는 반찬을 담아 카페에서 식사를 하면 되는데 꼭 엽전 4 개는 남겨야 한다 . 밥과 국은 카페에서 별도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
대오서점
대오서점에서 판매하던 중고서적들은 판매용이 아닌 장식용으로 기능이 바뀌었다 . 파란색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몇 가지 안 되는 메뉴 중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안쪽으로 들어가 아늑한 빈자리를 선택하면 추억으로 떠나는 시간을 맞이한다 .
요즘 할머니 뵙기가 힘들다고 손자 분에게 안부를 전하니 오늘은 사직공원으로 게이트볼 하시러 가셨단다 . 대오서점에 올 때마다 할머니 게이트볼 하시는 날과 겹치는구나 . 혼자 깊은 걱정을 하고 있었음에 웃으며 주문한 음료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 때로는 평상 음악회를 열기도 했던 공연장으로 , 시청자들에겐 알게 모르게 드라마 속 촬영지로 입소문이 난 곳이었고 , 최근엔 가수 아이유의 ' 꽃갈피 ' 재킷사진을 위해 사진촬영을 마치기도 했다 .
대오서점
to. 서울미래유산 대오서점
내가 앉았던 자리 아래엔 대오서점 할아버지가 쓰시던 옛날 연장들이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음료를 마신 뒤에 껍질을 벗겨낸 달고나 캔디처럼 달달한 추억들을 한옥건물 안에 가득하게 채울 수 있도록 늘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 주었으면 좋겠다 . 그것은 내 인생 41 페이지에 남겨진 바람이 되겠다 .
대림미술관
자하문로를 건너면 도착하게 되는 특색 있는 미술관이 있어서 소개하고 싶었다 . 서촌마을의 역사를 생각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올해 개관 12 주년을 맞이한다 . 이 미술관의 외관을 보면 몬드리안 느낌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끈다 . 입장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면 D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 . 이듬해가 되면 혜택이 사라지는 아쉬움은 없다 기간에 상관없이 전시 3 회 , 무료 음료 1 회 , 강연 등을 참여할 수 있으니 서촌여행을 하면서 미술관을 같이 둘러보는 여행의 지혜를 쌓아보자 .
통의동 보안여관
대림미술관에서 효자로 방향으로 나와 왼쪽 ( 청와대사랑채 방향 ) 으로 걷다보면 고동색 타일의 2 층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 바로 통의동 보안여관이다 . 현재는 상호와는 달리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 입장료는 무료 .
통의동 보안여관
1930 년대에 완공된 보안여관은 여러 작은 방으로 쪼개져 있었는데 일부는 나무 기둥만 남아있어 그 경계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 노출된 시멘트 벽면과 오래된 벽지가 찢겨진 흔적을 발견하고는 이러한 흔적들도 생활형 미술이 아닐까 생각되어 벽면도 꼼꼼히 살펴보면서 관람을 하고 있었다 .
통의동 보안여관
외벽에 마감되어 있는 타일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전시들이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다 . 이번에는 ' 가족 ' 을 주제로 한 전시들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바닥에 높인 꽃 장식과 작은 양단 이불 , 독특한 패턴들이 전하는 작품들의 숨겨진 의미들은 작가에게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
오래된 추억을 간직했던 이곳 보안여관은 생명파 시인 서정주가 하숙을 하며 격월간 문학동인지 ' 시인부락 ' 을 제작했던 곳이었다 , 최근엔 서태지의 ' 소격동 '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던 장소였음을 기억한다면 꼭 한 번은 들러보는 것이 좋겠다 .
서촌 마무리 , 광화문
서촌 지역을 소개하는 코스가 어쩌면 교과서처럼 순서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 마음에 드는 장소를 선택하여 유연성 있게 이동하는 방법도 서촌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꼭 전하고 싶다 . 구두보다는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친구 같은 동네 , 서촌마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코스로 정한다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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