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진강 6 - 억새풀 **
김용택
물들은 스스로 흘러 모여
제 깊이를 만들어 힘을 키우고
얼음으로 강물을 감추어
농부들을 편히 건네주며
참을 길 없는 뜨거운 속마음만 흘려
강 스스로 강이게 하였다가
녹을 철엔 차례로 녹아 넘치며
물길을 열어
섬진강 좁은 물목들을 지나며
힘껏 부서지고 마음껏 외쳐
부시시 잠깨는 지리산 이마를 때려
퍼뜩 진달래를 피워놓고
막을 길 없는 물살로
시퍼렇게 굽이쳐 흐르는구나
부서진 것들은 금빛 모래로
구례 강변에 쌓아 빛나게 하고
거친 숨결 달래가며
물 깊이 다시 굳세게 만나
하동 포구 억센 억새들을 흔들어
억세게 키우는구나
아름다운 하늘 아래
그 푸른 물결로 출렁이며
땅 무시하는 밥 아까운 헛소리 헛짓들을 불러
개펄 진흙으로 쌓아 뼈로 딛고 서서
우리나라 알 만한 그리움들은 다 불러
제 살로 보내 억센 몸을 쑥쑥 키워내며
두고 보라고, 두고 보면 알 것 아니냐고
알 만한 주먹들은 진즉 알 것 다 알고 있다고
학도 봉도 아닌 것들이
비싼 밥 싸게 먹고 앉아
배부른 소리들 작작하며
까불지들 말라고
불끈불끈 핏줄들을 키워 불거지며
여기저기 손 휘두르며
이거 보라고, 이 주먹들을 보라고
불쑥불쑥 주먹들이 솟는구나
출처 : 숲속의 작은 옹달샘
글쓴이 : 효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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