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복지의 전망과 과제
Ⅰ. 문제제기
사회복지의 우선적인 목표가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인지 혹은 사회환경 개선인지 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입장을 취하든 간에 지역사회복지는 핵심적인 실천기술의 하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역사회복지는 사회복지의 미시적 접근과 거시적 접근의 중계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양 접근에서 모두 활용될 수 있는 공통적 실천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사회는 사회복지 실천의 핵심적 수단인 동시에 복지서비스 제공의 중요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화의 진전과 함께 전통적인 지역사회의 개념이 파괴되고, 지역사회의 복지적 기능에 대한 회의를 갖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도 산업화 이전에는 가족 및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비공식적인 복지기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지난 30여년의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사회복지적 기능은 매우 약화되었다.
더구나 정보화사회의 등장은 무경계화, 통합화, 단일화를 지향하는 네트워크의 집중적 성향의 강화와 함께 지역공동체의 의미를 완전히 상실케 하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상실은 심각한 인간공동체 파괴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산업화와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소외집단들이 출현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소외집단의 상대적 박탈감이 지나치게 확대되어 사회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되고 그대로 방치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전망이다. 이와 같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지역사회의 해체는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변화에 따른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은 사회복지의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사회가 해체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지역사회복지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복지의 당면 과제는 시대 변화에 따른 적절한 실천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 사회의 급속한 사회변동에 따른 사회문제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사회복지의 가치를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차원의 전문적 개입이 필수적임을 인정하고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고는 전통적 지역사회복지의 개념과 실천모델에 대해 고찰하고, 지역사회복지에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변화들을 살펴본 후, 우리 나라 지역사회복지의 과제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또한 최근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의 변화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 나라 지역사회복지의 실천적 함의를 도출해보고자 한다.
Ⅱ. 전통적 지역사회복지의 개념과 모델
1. 지역사회복지의 개념
우리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지역사회복지(community welfare)의 개념은 지역사회를 개입 대상으로 보고 그곳에 존재하는 각종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일체의 사회적 노력이라고 정의되어 왔다 (최일섭, 1985: 20; 최일섭·류진석, 1996: 34-35). 이는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제반 활동을 지역복지에 포함시키는 매우 포괄적이며 광범위한 개념이다.
전문사회복지의 실천적 관점에서는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포괄성과 전문성을 함축하는 지역사회복지의 재개념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복지를 지역성(locality)을 강조하는 사회복지 분야로 인식하기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을 포함하는 실천방법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복지 실천기술이 가장 발달해 있는 미국에서처럼 지역사회복지 실천방법을 지역사회조직(community organization)으로 개념화한 것에서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지역사회조직은 1930년대 후반부터 전국사회사업가협회(NASW)로부터 사회사업 실천방법의 한 분야로 인정받게 되었는데, 당시 Lane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사회조직의 일반적 목적은 사회복지 욕구와 자원간의 보다 효과적인 조정이라고 언급하고 있다(Lane, 1939: 495-511). 지역사회조직을 사회사업 실천방법으로 체계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Murray Ross이다. Ross는 지역사회조직에 있어 과정을 강조하였는데, 특히 CO의 각 개념들을 사회과학적인 용어와 연결시킴으로써 지역사회조직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하였다. 즉, 지역사회조직이 사회과학적 이론과 사회사업의 가치에 근거한 것임을 체계적으로 밝힘으로써 전문 실천방법의 기반을 강화하였다 (Schwartz, 1965: 183).
그러나 지역사회복지 사업의 큰 틀에서 조직화는 실천모델의 하나에 불과한 개념이지 오늘날의 다양하고 복잡해진 모델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조직 개념이 지역사회의 특정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는 반면에 지역사회복지 개념은 보다 광범위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구한다. 따라서 다양한 실천모델과 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지역사회복지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지역사회복지란 지역성에 기초한 지역사회나 목적성에 기초한 공동체에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을 통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복지적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전문 실천방법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정의는 지역사회는 변화될 수 있으며 변화를 통해 주민이나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신념에 근거한다. 그러나 변화는 자동적으로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전문가의 개입에 의한 체계적인 계획과 노력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지역사회복지는 계획된 지역사회나 공동체의 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도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사회복지기관과 전문사회복지사들은 자신의 전문 지식과 기술 등을 이용하여 변화노력의 책임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
2.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의 전형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은 각 사회마다 각기 다른 전통과 사회정치경제 발전과정과 관련하여 발전하였다. 따라서 지역사회복지를 위한 실천모델은 단일한 것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Weil & Gamble (1995: 577)은 오늘날의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은 인보관(Settlement House) 운동과 자선조직협회(C.O.S.) 운동 및 농촌개발 운동에서 발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운동과 소수민족 인권운동 등도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서 다양한 사회과학적 논의들이 실천모델의 이론적 기반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의 개발에 가장 직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인보관 운동과 자선조직협회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인보관 운동은 새 이민자들의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경제·사회개발을 지원하면서 공동체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인보관은 교육개혁, 환경운동, 프로그램 개발, 집단 내 관계개선, 사회·경제 개발 등의 영역에 관여하면서 지역사회조직, 기획, 개발 등의 실천방법론을 개발하였다. 인보관 운동은 지속적으로 주민참여를 강조하였는데, 특히 주민들의 잠재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교육에 역점을 두었다 (Weil, 1996: 9-10).
이러한 인보관 운동은 지역사회복지의 초기 모델로 간주되지만 지역사회복지 실천방법의 전문성이 인정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문가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교회와 대학의 성원들이 개입하여 도시지역의 사회계급간의 불평등을 해결해 보려는 비전문가에 의해 주도된 시도였다. 지역사회조직이 인보관운동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행동과 사회개혁에 관한 활동들을 중심으로 전문분야로 등장하는 것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지역사회조직의 실천방법론의 핵심과제를 사회문제 해결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여전히 방법론을 개념화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권력구조, 갈등, 사회변화의 개념과 관련하여 개입방법론을 발전시킨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한편 C.O.S.는 원래 당시 빈민을 구호하기 위해 존재했던 수많은 민간단체들의 업무를 조정하기 위해서 창설되었다. 초기 사회사업기관들의 서비스 표준 및 전달방법이 불합리함을 발견하고 서로간의 업무 조정을 통한 보다 합리적인 서비스 전달체계를 창출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였다(Leiby, 1978: 124-125). C.O.S.는 지역사회 내 서비스의 조정과 기획을 위해서 자원봉사지도력을 개발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냈다 (모금 및 서비스 조정 등에 관한 활동은 후에 지역사회공동모금과 보건 및 복지 협의회로 발전하게 된다). 전문 스탭이 기획 및 조정 과정에서 기술적인 책임을 졌지만, 검토 및 결정, 건의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특히 관련단체의 이사들은 자원개발 및 기획, 할당, 프로그램 모니터 등에 깊이 개입하였다(Weil, 1996:10-11).
그러나 C.O.S.는 기관들의 업무조정뿐 아니라 직접적인 구호와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자선조직협회 지도자들은 구빈을 위한 정부의 활동은 빈민의 재활을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C.O.S.는 구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빈민과 가치가 없는 빈민으로 구분하고,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자립이 불가능하고 협회의 우애방문원들의 도덕심을 본받아 빈곤으로부터 탈피할 소지가 있는 가치 있는 빈민에게만 원조를 주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C.O.S.는 가난한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 조사, 개발, 후원과 동시에 비영리 사회복지부문을 위한 계획, 운영, 자금형성 기초를 강화하는 수단 및 새로운 모델을 확립하였다. 특히 지역사회계획 전문기관을 탄생시키고, 사회조사의 기술을 발전시켰다 (최일섭·류진석, 1996: 82-85).
이러한 초기 지역사회복지 활동을 기초로 60년대에는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의 빈곤과의 전쟁, 위대한 사회 창출 등의 영향으로 다양한 지역사회복지 활동들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활동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로 제시한 사람이 Rothman이다.
Rothman(1995: 26-63)은 지역사회조직을 한가지 형태로 보지 않고 적어도 세가지 다소 독특한 유형 -- 지역사회개발 (locality development), 사회계획 및 정책 (social planning/policy), 사회행동 (social action) -- 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이들 유형들이 분석적으로는 상호 구분이 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혼용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Rothman이 1967년도 발표한 논문에는 사회계획을 첫 번째 모델로 제시하고, 지역사회개발 모델과 사회행동 모델을 포함시켰다. 당시 빈곤퇴치 사업 등 전문 사회복지기관이 중심이 되는 지역사회복지사업이 활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에 1987년에는 지역사회개발 모델, 사회계획 모델, 사회행동 모델에 사회개혁 모델을 추가하였다. 그러나 1995년에는 사회계획 모델에 정책을 연계시켜서, 지역사회계획 모델, 사회계획 및 정책 모델, 사회행동 모델의 3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 계획과 정책을 함께 연계시킨 것은 양자가 모두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처방을 내리기 위해 자료의 수집과 분석과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간에 상호 구분되는 특징도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정책적 접근이 보다 상위적인 차원(예: 국가, 정부구조, 입법 및 행정부의 목표설정 등)의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Rothman의 3분류 방식은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의 가장 전형적인 모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역사회개발' 모델은 지역사회의 문제나 욕구를 다룰 때 주민들의 자조 (self-help)정신을 강조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주민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켜 주는데 역점을 두고, 문제의 파악 및 해결과정에 있어 주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장려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로 교육적인 방법을 통해 주민들 가운데 지도자를 양성하고 그 지도력을 개발하여 지역사회문제에 주민들이 협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강조하게 된다. 이 모델에서 전문가는 조력자, 조정자, 문제해결기술 훈련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사회계획 및 정책' 모델은 각종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합리적인 면을 강조한다. 따라서 전문가가 개입하여 지역사회사업의 과정을 주도해 나가고 욕구가 있는 주민들에게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은 수혜자의 역할에 머무르게 된다. 현대 사회계획은 고도의 자료분석 기법들이 활용되는데, 전문가는 자료를 수집, 분석하여 전망을 하고 그에 입각한 프로그램의 계획과 평가까지를 담당하게 된다.
'사회행동' 모델은 지역사회의 억압받고 소외된 주민들이 사회정의와 정치적 공평성의 입장에서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보다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기존 제도나 상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항의나 시위, 협상 등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회개혁' 모델은 사회행동 모델과 유사한 점이 많으나 의사결정이 억압받거나 소외된 사람 이외의 제3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개혁 모델은 사회행동 모델과 사회계획 모델을 혼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에 관한 결정들이 소외된 계층에 대한 인간적 이해와 연민에 의해 이루어지기보다는 개혁가들의 이데올로기적 입장에 따라 결정되어 진다.
한편 Taylor & Roberts는 자신들의 저서 Theory and Practice of Community Social Work (1985)에서 Rothman의 기본 3모델을 중심으로 2모델을 새로 추가하여 5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사회사업의 모델은 실천방법의 각 변인, 전략, 의사결정 등에 있어 후원자와 클라이언트가 어느 정도의 결정권한이 있느냐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
①프로그램 개발 및 조정 (Program Development and Coordination): 후원자가 100% 결정 권한을 가짐.
②계획 (Planning): 후원자가 7/8의 결정권한을 가짐.
③지역사회연계 (Community Liaison): 후원자와 클라이언트가 각각 1/2의 결정권한을 가짐.
④지역사회개발 (Community Development): 클라이언트가 7/8의 결정권한을 가짐.
⑤정치적 권력강화 (Political Empowerment): 클라이언트가 100%의 결정권한을 가짐.
'프로그램 개발 및 조정'은 지역사회복지의 모체인 인보관 운동과 자선조직협회운동에 근거하고 있다. 이 모델은 주로 공공기관, 지리적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관, 기능적 지역사회, 기관협의회 등에서 수행되는 실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계획' 모델은 Rothman의 초기 사회계획모델을 인간지향적인 측면을 강조하도록 수정한 것으로, 합리적인 기획모델에 기초한 조사 전략 및 기술을 강조한다. 특히, 기획에 있어 진보적이고 정치지향적인 접근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하여 조직과정 관리, 영향력 발휘, 대인관계 등의 과정기술을 강조하고 설계 및 실행과 같은 기술적 측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역사회연계' 모델은 Rothman의 모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것으로 사회사업기관의 일선 스탭이나 행정가들에 의해 수행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행정가들은 지역사회관계, 지지활동, 환경개선, 조직간의 관계 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된다.
'지역사회개발' 모델은 조력, 지도력 개발, 자조, 상호부조, 지역성에 바탕을 둔 지역사회 연구 및 문제해결을 강조한다. 이 모델은 시민참여와 교육과정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으며, 전문가는 주로 조력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정치적 권력강화' 모델은 Rothman의 사회행동 모델과 유사한 것으로, 갈등이론과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다양한 이익집단의 경쟁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의도된 시민참여에 의한 정치적 권력강화에 초점을 둔다. 전문가들은 교육자, 자원개발가, 운동가로서의 역할을 하게되며 이러한 경향은 합법적으로 위임된 조직이나 자생조직으로 진전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형적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을 기준으로 현대 사회에 다양하게 출현하는 공동체에의 개입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천모델이 보다 세분화,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특히 차별화된 소공동체의 확산과 사이버 공동체의 출현 등을 고려하여 이들에의 개입과 상호 네트워킹을 위한 실천모델의 제시가 요구된다.
Ⅲ.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도전
1.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새로운 지역사회 등장
산업혁명 이전의 전통사회에서는 마을 단위의 지역사회가 공동체와 일체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영어의 community는 공동체라는 의미와 함께 지역사회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등장 이후 도시화와 산업적 노동의 일반화에 따른 사회적 밀도의 증가로 공동체의 의미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지역사회는 공동체적 원리가 퇴색되고 지리적으로 구획된 공간의 개념이 강했다. 그런데 최근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은 기존의 공간적 지역사회를 해체시키고, 새로운 공동체의 형성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더 이상 지리적 영역이 공동체 존립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닌 것이다.
전자공간(cyber space)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새로운 공동체는 가상공동체(virtual community), 네트공동체(net community), 컴퓨터네트워크공동체(computer network community) 등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컴퓨터 통신에 의해 확대되고 있는 가상공동체는 기존의 공동체와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유형으로 적지 않은 사회적 함의를 지닌다. 공간적 제약을 뛰어 넘어 새로운 만남을 창출하는 사이버 커뮤니티의 확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지역사회복지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변화의 하나는 학연, 지연, 혈연으로 이뤄지던 우리 사회가 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네트연(net緣)으로 대체되고 있는 양상이다. 야후나 심마니, 네이버, 라이코스 같은 주요 검색엔진 등을 통해 확인된 '사이버 동호인 모임'은 현재 약 2000여개에 달한다. 각종 주제와 명목으로 이뤄진 이 동호회에 '넷-가족' 수백만명이 인연을 맺고 새로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사이버 모임이 집단화되면서 현실 사회에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총선시민연대가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한 배경에는 사이버족들의 지지가 숨어있었다. 군필자 가산점제도 위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는 사이버 세대의 거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이 사이버 시민파워는 점차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돼 국가정책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조선일보, 2000.2.21)
컴퓨터와 통신 및 네트워크 기술은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초월하여 개인간에 의사소통을 촉진시키고, 조직 및 국가간 경계의 의미를 약화시키고 있다. 또한 공동체를 위한 요건이 반드시 동질적이어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이질혼합적 공동체를 가능케 해준다.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갖는 개인간에 공통적인 정향을 느낄 수 있으며, 서로 상이한 지역의 개인간에 동일한 사상을 공유할 수 있다(손연기·한세억, 1997).
기술이 사회를 바꾸는 정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그동안 지역성을 기초로 발달해온 지역사회복지의 행태에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보화 사회의 세분화, 다양화를 고려하여 새로운 개입 전략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2. 지역사회복지 전달체계에 대한 불신
우리 나라 지역사회복지 실천의 대표적인 기관으로 전국적으로 300여개에 달하는 사회복지관은 지역단위에서 발생하는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의 특별한 인구에 대한 서비스 차원의 지원과 지역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회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설치,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복지관이 정부보조금의 부족으로 인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또한 복지관 운영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아 지역특성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 1997).
사회복지관들이 많은 기능을 수행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한국사회복지관협회, 2000),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민간기구로서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사회복지 전달체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성격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정책부서가 기획·조정 등의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결부되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기존의 공공 및 민간 전달체계의 역할분담과 조정 및 연계 등을 통한 효율화나 정비 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사회복지 전달체계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심재호,1999).
전반적으로 우리 나라 민간 사회복지기관들은 장기적인 계획 하에 체계적으로 설립되었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적으로 난립된 경우가 많다. 이는 민간 사회복지사업에 있어 비체계적이고 저효율적인 행태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사업행태가 타율적이고 정부의존적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정행태는 지역사회내 민간 사회복지기관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복지 욕구에 대해 전문적이고 자율적이며 탄력적인 대응을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사업방향의 결정에 있어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보다는 중앙본부의 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 왔다. 비민주적인 운영으로 후원금 관리의 투명성과 서비스의 책임성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더구나 재정규모가 영세함에도 불구하고 사업들간의 중복, 경합 등으로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정무성, 1999).
현재와 같이 지역사회복지가 국가종속형의 형태로 존재한다면 민간부문의 장점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민간복지체계가 정부에 종속되는 형태를 보여온 것은 남북분단과 개발독재의 억압적 구조 속에서 민간부문이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인 시민사회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제도화된 사회복지기관 밖의 종교기관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민간 조직들의 사회복지활동에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기존의 제도권 사회복지계에 신선한 자극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21세기 새로운 사회변화의 동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인간의 삶에 있어 국가의 역할이 중요시되었던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시장과 시민사회의 기능이 강화되는 변화가 사회복지계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사회복지를 둘러싼 외부환경의 변화가 사회복지 민간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민간 사회복지계의 활성화가 갖는 시대적 의의는 '국가-시장-시민사회'라는 삼각형의 축에서 시민사회라는 새로운 공동체의 역할 강화라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오정수, 1998:41).
3. 시민사회단체의 사회복지사업 참여
90년대 이후 시민사회운동의 다양한 전개는 사회복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민주화의 진전은 기존의 국가권력에 의한 시민사회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시민사회의 분화를 촉진하게 되었다. 특히 80년대 후반 이데올로기적 지향성이 약화되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분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90년대 중반이후 공익적 시민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출현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이슈 영역에서 군소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거 출현하게 되었다. 나아가서 지방화의 진전으로 인해 시민사회에서 집중주의적 구조가 약화되고 지방 NGO 및 풀뿌리 조직들이 확대되게 되었다(김광식, 1999:40-42).
시민사회단체의 확대 변화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사회복지 이슈를 매개로 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증가이다. 여기에는 복지관련 시민단체, 복지관련 각종 재단, 연구소, 연구회, 노인·아동·장애인·청소년 등 범주별 복지단체, 보건의료단체, 자원봉사단체, 구호단체 등이 포괄되는데, 1996년 조사에는 전체 시민사회단체 중 8.1%를 차지하는데 불과했는데, 1999년도 조사에서는 18.5%로 증가하였다(시민의 신문, 19996, 1999). 이러한 단체들은 프로젝트 형식으로 직접적인 대민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IMF 기간동안에 다른 영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최근에는 복지분야가 시민사회운동의 중요한 영역으로 등장하였다.
Ⅳ. 지역사회복지 실천방법론의 변화추세
1.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의 세분화
Weil & Gamble은 1990년대 이전까지 지역사회복지 실천방법들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8가지 유형의 모델을 개발하여 the Encyclopedia of Social Work 제19판(1995)에 "Community Practice Models"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이들이 제시한 8모델은 ①지리적 지역사회조직 ②기능적 지역사회조직 ③지역사회 사회·경제개발 ④사회계획 ⑤프로그램 개발 및 지역사회 연계 ⑥정치·사회행동 ⑦연대 ⑧사회운동으로 구분된다.
Weil & Gamble의 모델은 기존의 모델을 세분화하여 분류하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지역사회조직을 '지리적 지역사회조직'과 '기능적 지역사회조직'으로 구분하였다. 지역사회에 대한 개념정의에서는 지리적 지역사회와 구분되는 기능적 지역사회가 존재함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실천모델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하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 기능적 지역사회가 확대되어 가는 추세에 비추어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도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특징은 기존의 지역사회개발 모델을 지역사회 사회·경제개발로 구체화하였다는 것이다. 지역사회개발의 내용은 경제개발과 사회개발이 있는데, 그동안 학자마다 강조하는 면이 달랐다. 그러나 최근의 추세는 사회개발과 경제개발이 상호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지역사회개발에 있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예: Estes (1993)의 지속가능한 개발의 개념, Midgley(1995)의 사회복지에서의 개발의 관점 등 참조).
세 번째는 Rothman의 사회행동 모델을 정치·사회행동/ 연대/ 사회운동으로 세분화하였다. 이는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에서 복지권, 장애인 복지,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과 관련하여 사회행동이 증가하고 그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기존의 단일한 사회행동 모델만으로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할 수 없었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행동은 '정치·사회행동'으로 개념화하고, 효율적인 운동성과를 위해 조직간의 연합전선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연대'모델을 구분하고, 일반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거시적인 운동을 '사회운동'으로 차별화하였다.
마지막으로 Rothman의 분류에서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Taylor & Roberts (1985)에 의해서 제시된 프로그램 개발모델의 실존을 인정하면서, 이를 '지역사회연계' 모델과 결합시키고 있다. Weil & Gamble (1995)은 최근 권한강화(empowerment) 프로그램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여 프로그램 개발이 클라이언트의 개입 없이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는 지역사회연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 자조와 네트워크의 강조
지역사회복지 실천방법은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하며,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모델의 각 측면이 다양하게 고려되어 융통성있게 활용되어야 한다. 오늘날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조류는 1970년대와 80년대의 신보수주의 이념의 확산과 그에 따른 복지국가에 대한 도전이었다. 보수주의 정권하에서 사회복지 예산이 삭감되는 가운데 지역사회복지를 위한 전략들은 오히려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특히 축소된 예산으로 질적인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사회복지기관들은 자조집단을 형성하고 자원봉사를 조직화하는 노력을 경주하였다. 민간 사회복지기관의 이러한 노력은 정부의 사회복지책임을 회피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영국의 '지역사회보호(community care)' 모델은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가정이나 지역사회 환경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는 사회적 보호의 형태이다. 이 모델은 영국에서 1980년대와 90년대 신보수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급속히 확산된 모델로서 노인, 장애인 및 요보호 아동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조의 개념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수용시설에서의 비인간적인 서비스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대처이기도 하다 (Loney, et al. 1991).
영국의 지역사회보호는 탈시설화, 장기간보호(long term care), 공공보호에 대한 의존의 감소, 비공식적인 보호, 클라이언트의 참여와 선택의 확대, 욕구중심의 서비스와 비용절감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혜경, 1996: 80-94). 이러한 특징은 장기간 병원에 수용된 정신질환자나 학습장애인의 퇴원을 장려하고, 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을 피하고 가능한 자신의 집에 머물면서 비공식적인 보호를 좀더 탄력적인 방법과 독립적인 지원을 얻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1980년대이래 복지예산 삭감을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사회복지개혁은 사회복지조직간의 경쟁을 심화시켰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쟁논리는 사회복지서비스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최고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이며, 누가 평가의 주체가 되느냐 하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복지기관들의 프로그램 실행에 있어 창의성과 조직의 혁신이 증진되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최근의 지역사회복지 동향은 정상화의 이념을 기초로 한 지역중심의 대인서비스, 재가복지의 활성화, 자조를 강조하는 모델 확산,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70년대 신보수주의 이념의 영향으로 사회복지는 미시적인 임상과 거시적인 행정으로 양분되는 경향을 보이고 사회개혁과 지역사회개입을 위한 전문 사회복지방법은 위축되었다 (Specht & Courtney, 1993). 지역사회복지 실천에 있어서는 60년대 성행하던 사회행동이나 사회계획 모델은 보수적인 이데올로기와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인해 퇴색하고 자조를 기반으로 하는 모델들이 강조되었다. 또한 협의회나 공동모금 등도 순수 사회복지적 분야로서의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는 경향이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지역사회 집단간의 네트워크을 강조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접근은 지역사회의 응집력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 및 사회적 체계까지 재편하는 결과를 낳아 지역사회복지사업의 기능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Baine et al., 1992; Harvey, 1992).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역사회 기관 및 자원간의 협력체계(partnership)의 구축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Bailey & Koney, 1996). 물론 사회복지 기관간의 협력체계 구축이 전혀 새로운 접근은 아니지만 과거의 협력적 노력은 자발적인 것이었던 반면에 최근의 협력은 환경적으로 강요되어지는 것들이다.
Ⅴ. 한국 지역사회복지의 과제
1. 지역사회복지 역사에 대한 재정립
우리 나라에서 지역사회복지, 지역사회개발 혹은 조직 등의 용어가 사용된 것은 1940년대에 들어와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현대적인 개념과 원리, 방법이 도입되기 훨씬 전부터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락단위 혹은 국가단위에서 지역공동체적 상부상조의 노력은 존재해 왔다. 국가단위의 지역복지사업은 의창, 상평창, 진휼청 등 상설복지기구를 통해서 주로 시행되었고, 촌락단위의 복지사업은 두레, 계, 품앗이, 공굴, 향도, 향약 등 민속적 관행을 통해서 전개되었다. 사창의 경우는 촌락단위에서 자치적으로 행해지면서 국가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지역사회내 민간복지기관들과 유사한 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현대적 의미의 지역사회복지라고 하기에는 방법적으로나 제도 및 이념적으로 너무 상이하고,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문제점을 극복하는 활동으로서의 지역사회복지는 일제시대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제시대 사회복지사업이 식민정책의 일부로서 시혜 또는 자선으로서 우리 민족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제시대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 YMCA 등이 주도한 민간 협동조합운동, 종교계의 계몽운동 등은 대표적인 지역사회복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민중운동들은 한국적 지역사회복지 실천의 훌륭한 모델로서의 사적 가치가 있다.
한국의 근대적 민간운동의 역사는 19세기 말 전근대적인 정치경제체제의 해체와 식민지시대로의 이행이라는 격변기적 상황에서 출현한 시민단체의 초기적인 형태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조희연, 1999). 일제식민시대에는 자발적 결사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출현 확대되었다. 그러나 해방이후 분출되던 시민사회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종결되고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한 통제적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결사활동들은 제약받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민주화운동단체, 노동운동단체 등이 끊임없이 출현하였고, 90년대 중반이후 한국사회가 민주화되어 가면서 삶의 질을 매개로 하는 각종 시민단체들과 경제정의실천 시민운동이나 참여연대와 같은 종합적인 시민운동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민운동단체들이 출현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시민사회단체의 운동들도 지역사회복지의 주요한 역사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한국의 현대적 지역사회복지 역사를 논할 때는 외원기관의 활동, 지역사회개발사업 위원회, 새마을 운동, 공동모금회, 사회복지협의회, 지역사회복지관 등으로 이어지는 관주도적인 활동들 위주로 파악함으로써 시민들의 자발적인 결사체에 의한 활동의 큰 줄기 하나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해방후 민주화 운동, 도시빈민운동, 노동운동, NGO활동, 자원봉사운동 등도 한국 지역사회복지 역사의 주요한 맥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민간부문의 지역사회복지 실천활동이 가장 잘 발달해 있는 미국의 경우도 지역사회복지의 역사에 풀뿌리 시민운동의 역사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인보관운동으로부터 시민권 운동, 흑인운동, 학생운동, 여성운동, 평화운동 등 다양한 사회행동들을 중요한 지역사회복지 실천모델로 편입시킴으로써 지역사회복지의 영역을 확대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러한 운동들이 지역사회복지의 큰 맥의 하나로 파악될 때 다양하게 분출하는 지역사회복지 활동들을 사회복지의 맥락 속에 편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학생들이 지역사회복지의 정체성을 보다 포괄적으로 확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 지역사회복지 목표에 대한 재인식 - 역량강화와 자활
사회복지실천이 미시적 임상중심으로 발전하면서 개인의 치료와 전문가의 역할이 강조되게 되었고, 대상자의 역량강화(empowerment)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의 실천과정에 있어 대상자의 문제해결 동기와 능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이다. 최근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간의 전문적 관계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역량강화적 접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역량강화적 접근에서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실천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Rappaport(1987)는 역량강화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실천의 유용한 개념으로 파악하고, 개인, 조직, 지역사회가 자신들의 사건을 통제하는 일종의 과정으로 지역사회나 기관의 민주적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이는 개인적 자기졀정 권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의 민주적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량강화적 접근을 반영한 실천의 주된 대상이 여성, 빈민 등의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옹호하고 대변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춘 실천이 강조되어야 한다(Weil, 1996).
따라서 지역사회복지의 목표는 의식을 고취시키고, 인적자원을 개발하여, 개인과 지역사회의 역량강화(empowerment)를 이루어 내서,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생계를 위해 새로운 환경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나라에서 지역사회를 거점으로 하는 민간 사회복지체계가 비난을 받은 이유 중의 하나가 대상자의 참여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우리 나라 사회복지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이 제도와 관련하여 지역사회복지의 역할도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특히 자활후견기관을 통한 자활프로그램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는데, 사회복지기관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층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지역사회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조직화해내는 노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도록 해야할 것이다. 특히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는 저소득층을 위해 그들의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과 정책형성과정에 참여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3. 지역사회복지 실천방법론의 위상정립
우리 사회복지계에서는 아직 사회사업방법론 중에서 지역사회복지가 차지하는 위치가 무엇이며, 그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는 사회복지관 등을 매개로 하는 지역사회복지사업이 상당히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학계에서 전문 실천방법론을 논할 때 주로 미시적인 임상에 치중하고, 실천방법으로서의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부족했던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사회나 조직을 대상 혹은 수단으로 하는 개입의 실천방법론으로서의 위상정립이 필요하다.
황성철(1998)은 지역사회복지의 기능성과 목적성을 강조하여, 지역사회복지란 공동체를 포함하는 지역사회를 실천의 장으로 하고, 미시적 실천을 제외한 거시적 실천이 적용되는 전문적 지역사회조직과 사회복지운동 및 자원봉사활동을 포함하는 방법론으로 보았다. 거시적 실천의 맥락에서 지역사회복지의 주된 활동 영역은 ①지역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사회복지 및 관련 기관들의 현존하는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의 개선 및 통합과 관련된 활동, ②지역사회의 문제해결과 주민들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부 또는 민간기관에 의한 새로운 서비스와 프로그램의 개발 및 체계화와 관련된 활동, ③지역사회의 문제나 이슈와 관련해서 주민집단의 형성과 조직화로 집단능력의 배양과 고유한 지도력을 개발하여 문제나 이슈에 접근하는 활동, ④불리한 처우를 받거나 상대적으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사회계층을 대변하여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도모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실천활동이 포함된다.
이러한 거시적 실천의 맥락에서 지역사회복지를 개념화하면 현대 시민사회의 성장에 따른 지역사회복지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거시적 실천은 지역사회의 구조적 변화, 예방, 사회개혁 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대한 거시적 접근은 대변이나 저항 등의 조직적 압력의 수단을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교육, 설득, 협상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들이 지역사회복지의 실천방법론의 하나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기술들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4. 지역사회복지의 실천기술 개발
지역사회복지란 조직, 계획, 개발 및 변화의 과정, 방법 및 실천기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Weil(1996)은 지역사회복지 실천방법의 구체적인 기술을 조직화(organizing), 기획(planning), 개발(development), 변화(change)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조직화'란 이웃, 지역사회, 지역, 국가, 나아가서 세계의 사회정의와 사회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사람들이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은 서비스의 통합과 자원 할당을 위해서 조직간의 기획을 통한 지역사회의 서비스로부터 사회정책의 기획 및 실행에 이르는 서비스와 프로그램의 기획 과정 및 기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개발'은 빈곤지역이나 소외계층의 사회환경을 보호하고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적 지속가능한 개발노력을 의미한다. 한편 '변화'는 교육적 캠페인으로부터 서비스 강화나 정책변화를 위한 연대, 사회정의를 위한 사회운동에 이르는 사회행동 및 사회변화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지역사회복지 뿐만 아니라 기타 전통적인 사회복지 영역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은 욕구의 증가에 비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따라서 지역사회복지 사업에 있어 사회복지 전문인력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프로그램보다는 지역사회내의 리더를 개발하고, 지역사회 자원들을 동원하고, 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조직화하며,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프로그램 지원금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복지사들은 마케팅(marketing) 기술에도 익숙해야 한다.
5. 가상공동체의 복지기능 강화
사회복지학의 주요한 입장의 하나인 기술결정론적 입장에서 보면 정보통신은 기존의 사회문제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달로 인해 부수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서 복잡하고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의 지배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영원한 번영을 약속해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정보통신 기술이 미래의 지역사회 공동체를 형성화하여 새로운 복지기능을 수행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동호회 형태의 사이버 공동체의 확산은 지역사회에 개입하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에 대해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이버 공동체는 주로 산업사회에서 퇴색되던 유기적 지역사회의 속성(퇴니스의 gemeinschaft)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개인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헌신할 수 있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들의 공통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꺼이 참여한다.
이러한 공동체에의 개입은 Rothman의 지역사회개발(locality development)모델의 활용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역성을 강조하는 이 모델은 경제적 문제를 도외시 하고 있어 지역사회복지 실천에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모델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이버 공동체에서는 경제적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사회복지사들이 조력자(enabler)로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 특히 사이버 공동체의 특징이 1년이상 활성화되지 못하거나, 활성화되는 경우 일부 활동적인 리더들이 다른 구성원들을 분리시키는 독재적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직들을 민주적으로 지속화시키는 방향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또한 복지정보통신망의 구축을 통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지역복지서비스 네트워크를 창출할 수 있다. 우선 국고 지원을 받는 각종 복지기관들에 대한 지도 감독과 업무 연락, 보고 체계, 정책 의견 수렴 등을 복지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처리하도록 하고, 정부의 공적 업무 수행에 정보통신망을 활용함으로써 신속하고 효율적인 복지 행정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복지정보통신망이 구축되면 각 분야별로 먼저 업무의 표준화, 보고서의 표준화 과정을 거쳐 필요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보급하고 표준화된 형식으로 실적을 보고하되 전자우편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업무의 표준화를 위한 기관들간의 협의 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욕구가 발생할 경우 복지정보통신망은 수많은 복지서비스와 복지기관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통합 창구역할을 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로서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며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기관에서 어떤 서비스들을 받아야 되는지, 또 각각의 서비스들을 받기 위해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그리고 복지정보통신망은 일반 시민들이 봉사, 결연, 후원 등 복지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창구역할을 할 수 있다.
Ⅵ. 결 론
오늘날 지역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은 전통적인 지역사회가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사회 주민이나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인식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지리적인 근접성이나 공동 운명체라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많은 욕구들과 문제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호부조의 체계로 자동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해체를 조장하는 여러 징후가 출현하고 있지만 그동안 사회복지계에서 축적해놓은 지역사회복지 방법론은 인간공동체를 창출하는데 여전히 유용한 기술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지역사회복지의 활동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의 이념 중 정상화(normalization),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의 이념이 확산되면서 지역사회복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영국에서는 이를 지역사회보호(community care)의 형태로 발전시켰고 일본은 재택복지로 구체화하였는데, 복지대상자들을 수용시설보다는 지역사회 안에서 통합적으로 인권적인 상황에서 처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정상화의 이념의 실현에 따른 것이다.
한편 복지국가 위기기의 신보수주의의 영향으로 지역사회복지에서는 자조(self-help)를 강조하는 모델이 확산되었다. 이는 지역사회복지를 위한 자원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도 사회복지 분야에서 자원이 풍부한 적은 없었다. 사회복지서비스는 공급이 이루어질수록 그에 따른 수요가 증가하는 경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조직은 항상 자원부족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주체들은 언제나 자원개발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지방자치제의 활성화에 따라 지역 주민의 합의와 참여를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복지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시민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인 지역사회개입을 위한 방법론을 탐색하면서 사회복지학에 대한 높은 기대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론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사회복지학의 입장에서 지역사회 개입을 위한 구체적 실천모델들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지역사회복지 실천방법에 대한 다각적인 검증을 통해 지역사회복지학의 질적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
지역사회복지 실천에 관여하는 사회복지사는 자원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술이 부족한 취약 계층을 옹호하는 가치를 가져야 하며, 저소득층과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자원을 재조직화하는 전술을 습득하여 다른 조직체와의 연대하는 방안들을 생각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거시적 실천방법으로서의 지역사회복지의 위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서 앞으로의 지역사회복지는 사이버 공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선 가상 공동체의 복지기능을 강화하여 대상자들의 자조적인 노력들이 효율적으로 연대되고, 지역사회의 각종 자원들이 연계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러나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경제적, 기술적, 그리고 신체적 조건에 의해 그 정보수단에 접근하는 것이 불리한 사람들이 갖는 소외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정보통신수단에의 접근 능력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이버 시대의 지역사회복지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 나가게 될 것이다.
출처 : 꽃 향기 가득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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