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스크랩] 마음의 수수밭......천양희

하늘이슬 2008. 8. 7. 10:57

 

 

 

 

                                                                                                                                                            한임수 作  순천만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 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천양희...

출처 : Waterdrop
글쓴이 : magic pond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