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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Carpe Diem)

하늘이슬 2009. 9. 12. 10:52

 

볼 때마다 항상 가슴을 뜨겁게 하는 영화가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난 자신있게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극중 '키팅 선생님'은 영화를 처음 본 지 8년이 다 된 지금까지 제 인생의 롤모델이지요. 첫 수업일, '마이 캡틴'이 학생들 앞에서 자신있게 이야기했던 그 말은 지금도 내 인생의 좌우명입니다.

"Carpe Diem.

  Seize the days.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누가 카르페 디엠을 '현재를 즐겨라!'로 번역했는지는 도통 모를 일이지만, 카르페 디엠의 세밀한 뉘앙스를 전달하기에는 턱없이 실망스러운 해석입니다.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이 아닙니다. 전혀 원치 않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당신의 오늘에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는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이 그럴듯한 진통제 역할을 해줄 수는 있겠지만, 카르페 디엠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다 놀아버린 사람들을 위한 변명도 아니구요.

카르페 디엠은 '오늘을 살라, 내일을 믿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언젠가 다가올 내일의 행복을 믿으며 소중한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가지 말자는 뜻이지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그 다음에는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그 다음에는 큰 목돈을 만지기 위해 우리는 하루하루를 아낌없이 버리고 있잖아요. 죽기 전날까지 내일의 행복을 기다리면서요. 정작 그 '행복한 내일'이라는 것은 신기루와 같아서 절대로 '오늘'이 되지 않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사는 인생이란, 아이러니하게도 늘 불행으로 가득찬 인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사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은 오늘, 불행합니다.

우리는 그래서 평범하면 안 됩니다. 우리의 삶을 특별하게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독특한 삶을 살 필요가 있습니다(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그것은, 돋보이는 대단한 직업을 가진다거나 특이한 사고를 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빠지는 평범한 일상의 쳇바퀴에 빠지지 않는, 자기만의 인생관을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캡틴이 학생들 하나하나를 교탁위에 올라오게 해 높은 곳에서 교실을 바라보게 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우리의 인생을 직접 설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부모님 말고, 타인의 시선 말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캐임브리지를 졸업한 키티 선생님이 작은 사립고등학교의 교사가 되었고, 닐이 극도로 보수적인 명문 고등학교 생활에서도 연극 배우의 꿈을 키웠듯, 우리는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당신의 내일이 아니라, 당신이 바로 오늘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통념과 권위에 힘차게 저항할 수 있는 용기, 기타를 동여매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는 용기, 돈보다 다른 무언가를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용기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그런 특별함이 우리의 '오늘'을 행복하게 하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