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스크랩] 도니체티 오페라 `돈 파스콸레`(Donizetti, Don Pasquale)

하늘이슬 2012. 3. 30. 14:15
 

Donizetti, Don Pasquale

도니체티 오페라 '돈 파스콸레'

Gaetano Donizetti

1797-1848

John Del Carlo as Don Pasquale

Anna Netrebko as Norina

Matthew Polenzani as Ernesto

Mariusz Kwiecien as Dr. Malatesta

 

James Levine, Conductor

Chorus and Orchestra of the Metropolitan Opera House

 

 

2010.11.13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공연입니다. 오토 쉥크(Otto Schenk) 연출. 10번째 트랙은 2막 후 가진 성악가들과의 인터뷰입니다. 건너뛸까 했으나, 공연 중간 휴식 시간에 출연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특이한 연출이라 생각하여 살렸습니다. 왼쪽 위 VIDEO에 커서를 놓고 클릭하시면 동영상으로 전환됩니다. 계속 이어지는 동영상이라 편하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막장별 동영상은 아래에 따로 넣었습니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는 모든 행복의 조건은 단연코 돈이라고 굳게 믿는 구두쇠와 돈 많은 큰아버지 덕분에 아무 고생 없이 살아온 조카 에르네스토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코믹 이야기다. 주인공 돈 파스콸레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돈이 아까워 여자를 가까이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는 혈육이라곤 조카 에르네스토 하나밖에 없는데, 그 조카도 돈이 많은 부잣집 상속녀와 결혼해야만 자기 재산이 축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조카 에르네스토는 이미 가난한 과부 노리나와 열애 중이며 다른 여자는 관심이 없다. 그러자 평생 모은 재산이 그냥 날아갈 것을 염려한 파스콸레는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조카보다는 차라리 자기가 결혼하겠다고 선언을 해버린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아내가 유산상속인이 되기 때문이다. 참으로 구두쇠다운 발상이다.  

 

Act I

제1장 로마의 돈 파스콸레의 집

Donizetti, Don Pasquale Act 1 part 1

Donizetti, Don Pasquale Act 1 part 2

아, 내 마음에 일찍이 느껴본 적 없는 Ah, un foco insolito

달콤하고 순수한 꿈이여, 안녕! Sogno soave e casto

 

파스콸레가 의사 말라테스타를 기다리고 있다. 의사 말라테스타가 들어오자 파스콸레는 아직도 내 신부감을 물색하지 못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말라테스타가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자기의 여동생 얘기를 한다. 그러자 파스콸레는 반색을 하며 ‘아, 내 마음에 일찍이 느껴본 적 없는 Ah, un foco insolito’라는 노래를 한다.


아! 난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들뜬 기분에 사로잡혀 있어. 더 이상 저항할 수가 없어. 내가 늙어버렸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어, 다시 스무 살이 된 것 같은 느낌이야. 오, 그대여, 서둘러요! 어서 와요, 내 사랑스런 신부여! 어째서 벌써 여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나서 내 주위를 뛰어다니는 것이 보이는 걸까. 그 아이들이 태어나서 자라나서는, 내 주위를 뛰어다니는 게 보여. 빨리 와 주오, 이렇게 들뜬 느낌은 처음이야, 빨리 와 주오, 오지 않으면 난 이 자리서 죽어버리겠소! 오, 이렇게 들뜬 느낌은... 오, 빨리 와 주오, 서둘러요, 내 사랑하는 신부여! 여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벌써...


이때 조카 에르네스토가 들어오자 자기가 골라준 처녀를 택하지 않고 하필이면 젊은 과부 노리나를 아내로 맞이하겠냐면서 그럴 거면 집을 나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끝내 에르네스토가 노리나와 결혼하겠다면 유산을 물려줄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장가를 들어 아들을 낳을 것이며, 그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에르네스토가 '농담이시죠'라고 말하자 농담이 아니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는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어쩌나 괴로워하면서 ‘달콤하고 순수한 꿈이여, 안녕! Sogno soave e casto’이라는 슬픈 아리아를 부른다.


달콤하고 순결한 내 젊음의 꿈이여, 안녕! 난 오직 당신만을 위해서 재물과 사치를 바랬었는데, 내 사랑, 가난하고 버림받은 지옥 같은 나날 속으로 떨어진 가엾고 불쌍한 그대를 보느니 차라리 사랑스런 그대여, 그대를 단념하겠소,


제2장 노리나의 방

Donizetti, Don Pasquale Act 1 part 3

나는 마술의 눈빛을 So anch'io la virtu magica

Donizetti, Don Pasquale Act 1 part 4


노리나가 로맨틱 소설을 큰소리로 읽으면서 사랑의 노래 ‘나는 마술의 눈빛을 So anch'io la virtu magica’을 열정적으로 부른다.


나도 때와 장소에 맞춰 마법의 눈빛을 사용할 줄 안답니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을 서서히 달아오르게 하는 방법도 알지요.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의 미소, 거짓 눈물, 갑작스런 번민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도 잘 안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애에 대한 천 가지 종류의 사기수단, 교묘한 솜씨, 그리고 쉬운 책략등도 잘 알고 있지요. 잠깐 동안의 미소의 효과도 잘 알고 있어요. 아, 난 알아요! 갑작스런 번민에 빠지는 것이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의 힘이 있다는 것을. 사랑을 느끼게 하는, 오! 그래요, 그 효과를 알고 있지요~~


이어 에르네스토로부터 온 편지를 받고 의아해하면서 그 편지를 말라테스타에게 보여준다. 물론 말라테스타는 처음부터 에르네스토와 노리나의 결혼을 위해 계획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노리나의 걱정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노리나에게 수녀원에 있는 자기의 여동생으로 변장하여 파스콸레에게 거짓 결혼을 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파스콸레와 결혼을 하면 그를 격의 있게 대하는 척하며서 줄곧 조롱하고 시시때때로 바가지를 긁으라고 이른다. 그러면 늙은 홀아비가 무척 괴로워할 테고 그때 생각해 주는 척하면서 당신의 삶이 행복하기 위해선 당신의 조카 에르네스토와 과부 노리나의 결혼을 허락해야 한다고 닦달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즐겁게 예비 연습까지 해보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2중창을 부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계획을 알지 못하는 에르네스토 때문에 마음이 걸린다.


Act II

파스콸레의 집

Donizetti, Don Pasquale Act 2 part 1

불쌍한 에르네스토여! Povero Ernesto!

먼 땅을 찾아서 Cercher lontana terra  

Donizetti, Don Pasquale Act 2 part 2

Donizetti, Don Pasquale Act 2 part 3

Donizetti, Don Pasquale Act 2 part 4

난 망했네! Son tradito!

 

노리나와의 사랑을 잃을까 걱정하는 에르네스토가 ‘불쌍한 에르네스토여! Povero Ernesto!’를 부른다.


불쌍한 에르네스토여! 아저씨에게 쫓겨나고, 모든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한 친구만 곁에 남았는데, 그자마저 나를 쓰러뜨릴 음모를 꾸미고 있는 적이었다니! 노리나를 잃다니, 오 하나님! 내 슬픈 감정을 편지로 그녀에게 알리기 잘한 것 같아. 이제 다른 곳으로 가서 비참한 나날을 보내야 하는구나.


이어 ‘먼 땅을 찾아서 Cercher lontana terra’ 어디론가 떠나버릴 결심을 노래한다.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짓고 울분을 삭이고 잃어버린 내 사랑을 슬퍼하면서 살아가겠지. 그러나 가혹한 운명도 바다와 땅, 그 어느 것도 그대의 모습을 내 마음 속에서 지울 수는 없을 거야.


그가 퇴장하자 장면이 바뀌어 파스콸레가 등장해서 신부가 오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말라테스타가 커다란 베일을 쓴 노리나와 함께 등장한다. 신부는 무척 수줍음을 타고, 파스콸레는 그녀의 우아하고 정숙함에 매료된다. 상견례의 시간이 지나고 이어 냉소적인 표정의 공증인이 들어오자 파스콸레는 예쁜 여인(노리나)에게 반하여 자기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다고 서명한다. 이때 갑자기 나타난 에르네스토가 그녀의 얼굴을 알아본 후 깜짝 놀란다. 순간 말라테스타가 파스콸레를 골탕 먹이기로 한 계획을 설명하자 에르네스토도 동의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드디어 결혼서약서에 서명을 마친 파스콸레는 미인을 아내로 얻었다는 기쁨에 들떠 있지만, 결혼서약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노리나의 잔소리와 히스테리가 이어진다. 그뿐 아니라, 파스콸레가 곁에 다가오면 질색을 하고, 에르네스토를 기사로 삼아 자기 곁에 두겠다고 요구하고, 거기다가 집안 하인들의 임금도 두 배로 올려준다. 아내의 미모에 굴복하여 내버려두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대로 두면 거지가 될 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파스콸레, 말라테스타, 에르네스토, 노리나가 저마다의 입장을 말하는 4중창이 화려하게 이어진다. 그 와중에 파스콸레가 부르는 ‘난 망했네! Son tradito!’는 이 오페라의 대표적 코믹 요소다.


속았구만, 속았어, 바보 취급을 당했어. 열 받는구나, 분노가 끓어오르는구나! 분노로, 격노로 거의 숨을 못 쉴 지경이야!


Act III

파스콸레의 집. 그는 책상에 앉아 청구서 뭉치를 보면서 괴로워한다.

Donizetti, Don Pasquale Act 3 part 1

어디 보자, 옷가게에 100스쿠디 Vediamo: alla modista cento scudi

Donizetti, Don Pasquale Act 3 part 2

Donizetti, Don Pasquale Act 3 part 3

 

파스콸레의 집. 방안에는 노리나가 무작정 사들여온 물건들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파스콸레가 영수증을 보면서 ‘어디 보자, 옷가게에 100크라운 Vediamo: alla modista cento scudi’이라며 탄식한다.


어디 보자; 옷가게에 100 스쿠디. 많이도 썼구만! 마차가게에 600 스쿠디. 새 발의 피로군! 보석가게에 950 스쿠디. 말을 사는데... 악마가 말, 장사꾼 그리고 결혼을 포기해버리면 좋겠군! 모든 게 이렇게 진행된다면, 사랑하는 나, 돈 파스콸레여, 나는 곧 가난뱅이가 될 거야!


하인들은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소리치면서 주문을 해대고 계속해서 물건들을 옮겨 나른다. 돈 파스콸레는 엄청나게 많은 청구서 더미 속에 거의 파묻힌 채로 작은 책상에 앉아 있다. 호화로운 장신구에 화려한 복장을 하고 노리나가 등장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오늘 저녁은 극장에 가기로 결정했다며 일방적으로 통고하고는 나가려 한다. 파스콸레가 나가지 말라며 가로막자 그의 뺨을 때리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흥분한 파스콸레가 “이혼”이라고 소리치며 분개하지만 들은 척도 않고는, ‘오늘밤 정원에서 만나자’는 약속이 적힌 에르네스토의 쪽지를 슬쩍 떨어뜨린다. 쪽지를 발견한 파스콸레는 말라테스타를 급히 부른다.


무대는 두 연인들이 만나기로 한 정원

Donizetti, Don Pasquale Act 3 part 4

아름다운 밤 Com' gentil

다시 한번 사랑의 말을 Tornami a dir Chem'ami


노리나와 만나기로 한 정원에서 에르네스토가 아주 사랑스러운 음성으로 ‘아름다운 밤 Com' gentil’이라는 세레나데를 부른다.


사월 중순의 밤은 너무 사랑스러워! 하늘은 푸르고 달은 맑게 비치는구나. 모든 것이 권태스러워, 평화, 신비로움, 사랑! 그대는 왜 아직 안 오는가? 산들바람은 사랑을 속삭이고, 잔물결 치는 시냇물은 한숨을 쉬는구나.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밤인가. 그대의 충실한 연인은 갈망으로 괴로워하고 있소. 잔인한 그대여.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소?


발코니에서 에르네스토의 세레나데를 듣던 노리나는 정원으로 내려온다.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사랑의 말을 Tornami a dir Chem'ami’이라는 사랑의 2중창을 부른다.


날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해주세요, 그대는 내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그대가 날 보석이라고 불러주면 내 삶은 두 배로 소중해져요.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대의 목소리는 내 짓눌린 마음을 기쁘게 해주지요. 오! 그대가 내 곁에 있어주면 마음이 가라앉고, 떠나버리면 마음이 괴로워져요.

 

Donizetti, Don Pasquale Act 3 part 5

 

파스콸레가 두 사람의 밀회 장소로 들이닥친다. 그런데 노리나 혼자만 있는 게 아닌가. 남자는 어디로 갔느냐고 파스콸레가 추궁하자 노리나는 혼자 있었다고 거듭 시치미를 떼면서 오히려 파스콸레에게 꿈이라도 꾸고 있느냐고 빈정댄다. 분이 난 파스콸레가 막말을 하면서 노리나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하자 노리나는 자기 집이기 때문에 못 나간다고 버틴다. 어이없어하는 파스콸레에게 말라테스타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하자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린다. 그러나 상황은 파스콸레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복잡미묘하게 돌아가고, 결국 파스콸레는 노리나와 에르네스토의 결혼을 허락하고 이들을 용서한다. 마지막에는 모든 출연자들이 “젊은 여자와 결혼하는 늙은 남자는 불행을 당한다”는 합창을 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도니체티 최고의 희극 오페라

_이용숙(음악평론가ㆍ전문번역가)


구두쇠 이야기는 희극의 전통적인 소재입니다. 돈 모으고 지키는 게 유일한 낙이고 그 밖의 행복이라곤 모르는 구두쇠들은 관객이 비웃어주기에 적당한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오페라 세리아 중간에 공연되던 막간극(intermezzo)에서 정식 오페라 부파(opera buffa)로 발전한 18세기 희극오페라도 구두쇠 노총각을 단골소재로 내세웠습니다. 상공업 발전과 교역의 확대를 배경으로, 애써 벌어놓은 재산을 아내가 탕진할까봐 두려워 결혼하지 않고 늙어간 부자들은 실제로 드물지 않았답니다. 이탈리아에서 희극 오페라의 문을 연 페르골레시의 <마님이 된 하녀>나 텔레만의 <핌피오네> 같은 오페라는 바로 이런 소재의 좋은 예였지요.


이 스토리의 바탕이 된 것은 셰익스피어와 쌍벽을 이뤘던 동시대 영국 작가 벤 존슨의 희곡 <에피코이네 또는 말없는 여인>(Epicoene, or The Silent Woman, 1609)이었습니다. 훗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말없는 여인>의 원작이 되기도 한 이 벤 존슨의 이야기에서는 시끄러운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부자 노총각이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기가 막히게 말이 없다는 처녀와 결혼하지만, 알고보니 사기 결혼이었죠. 이 <말없는 여인>은 결혼하자마자 엄청난 수다쟁이로 돌변하고, 남자주인공은 이혼을 하기 위해 기를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1810년에 이 소재를 토대로 한 안젤로 아넬리의 대본으로 스테파노 파베시의 오페라 <마르크 안토니오 경>이 초연되었고, 루피니(Giovanni Ruffini, 1807-1881)와 도니체티가 함께 대본을 쓴 <돈 파스콸레>는 이 오페라를 바탕으로 해 1843년 파리에서 초연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2010-2011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공연된 <돈 파스콸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뛰어넘는 속도감과 재미로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사랑이 운명적으로 찾아와 인간을 사로잡는다’는 낭만주의적 발상을 비웃으며, 마음만 먹으면 갖가지 기교로 어떤 남자에게든 사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당돌하게 노래하는 노리나의 찬란한 벨칸토 기교, 세레나데 ‘달콤한 밤’을 노래하는 에르네스토의 감미로운 서정미, 따귀를 맞은 파스콸레가 ‘넌 이제 끝장이다, 돈 파스콸레’라고 스스로를 향해 탄식할 때 갑자기 장조에서 단조로 바뀌는 음악의 절묘함, 극의 상황을 설명하고 해설하며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합창단의 넘치는 활기,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성격을 등장인물들에게 음악으로 부여할 수 있는 도니체티의 능력. 이 모든 요소들이 관객의 기분을 한껏 올려주며 잠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모차르트를 능가하는 속필로 유명했던 도니체티는 젊은 시절의 끔찍했던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그처럼 미친 듯이 일을 했다고 스스로 회고했습니다. <돈 파스콸레> 역시 11일 만에 완성했다며 후세 사람들이 감탄했지만, 사실 도니체티는 석 달이 넘도록 이 작품을 꼼꼼하게 고치고 또 고쳤다고 합니다. 관객의 취향을 의식해 3박자나 6박자의 왈츠 선율을 많이 집어넣긴 했지만, 전체적인 음악 형식은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지고 원숙해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1843년에 초연된 도니체티 말년의 이 오페라는 대중적으로 더 인기 있는 <사랑의 묘약>을 제치고 도니체티 최고의 희극 오페라로 음악사에 기록되었습니다. 쳄발로가 콘티누오로 연주하는 일반적인 레치타티보를 포기하고 현악기 반주를 사용해, 그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형식상의 도약을 감행한 덕분입니다. 도니체티의 대표작 <사랑의 묘약>에서 볼 수 있는 센티멘털리즘을 완전히 배제하고 냉혹한 코미디를 창조했다는 점에서도 <돈 파스콸레>는 특별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초연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유럽 대륙을 넘어 북미와 남미 대륙 및 호주에서까지 엄청난 찬사를 받았습니다. 50년이라는 짧은 생애에 70편 가까운 오페라를 작곡한 도니체티가 말년에 병마와 싸우며 힘겹게 써낸 작품이기에 그 압도적인 희극적 재미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합니다.

 

해설 출처 : 다음카페 ‘클래식 사랑방’ 카페지기 베토벤  http://cafe.daum.net/music7694/8P3J/319

*베토벤(임정빈)님은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한신대학교 평생교육원, 서초여성회관, 대구첨단문화예술회관 등에서 ‘감상자 중심’의 음악감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원 출처 : 음악 플레이리스트는 믹스포드 http://www.mixpod.com에서 만들었습니다.

 

출처 : 라라와복래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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