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시대

한국인 선교사, 태권도로 탄자니아 마음을 열다

하늘이슬 2018. 8. 29. 10:47

청소년 태권도팀 감독 김정호씨 
“주민들 처음엔 선교활동 거부감 학비-양육비 대주며 벽 허물어”

김정호 선교사(오른쪽)가 8월 1일 탄자니아 태권도 제자 4명을 데리고 배우 박상원 씨(왼쪽)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개인 사무실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지난달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세계 태권도 한마당 대회’ 기간 흥미로운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청소년 태권도 선수로 참가한 4명의 중학생이 애국가를 4절까지 흥얼거리는 것을 대회 운영 관계자 등이 보게 된 것이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이자 태권도 사범인 김정호 씨(52)가 데리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탄자니아 청소년 태권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다.

대회 참가를 마치고 28일 출국하기 하루 전 김 씨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대다수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 주민과 마을 원로들이 기독교 선교사를 무척 경계했습니다. 태권도를 가르치겠다고 체육관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한마디로 거절당했습니다.” 

2008년 탄자니아 잔지바르 등에서 선교 활동을 펼쳐온 김 씨는 처음 갔을 때 애로 사항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용인대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유단자인 김 씨는 어려움을 겪으며 태권도를 통해 주민들에게 다가가 지금은 ‘탄자니아 태권도의 아버지’라는 별명도 있다고 했다.

그가 현지에서 운영하는 태권도 클럽은 9개로 배출한 제자가 100여 명. 20여 명은 공인 유단자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도 받아 학비와 양육비를 부담하며 태권도 제자로 키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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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한마당 대회가 끝난 후 폭염에도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 곳곳을 다녔다. 그는 “제자들에게 말로만 전했던 ‘태권도 한국’을 보여주기 위해 국기원 및 각종 태권도 대회, 교육 현장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케냐와 우간다 또래들에 비해 탄자니아 아이들이 바라는 ‘희망’, ‘비전’의 크기는 작습니다. 애국가를 통해 한국을 알고 태권도 선수와 지도자를 꿈꾸고 있는 제자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한국과 더 친숙해질 수 있는 체육 학교를 만드는 게 저의 꿈입니다.”

김 씨도 지구촌 곳곳에서 태권도 사범들이 펼치는 민간 외교의 대열에 우뚝 서 있음을 느끼게 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