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섬진강 3 -- 김용택 ** 섬진강 3 ** 김용택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 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4 - 누님의 초상 -- 김용택 ** 섬진강 4 - 누님의 초상 ** 김용택 누님, 누님들 중에서 유난히 얼굴이 희고 자태가 곱던 누님 앞산에 달이 떠 오르면 말수가 적어 근심 낀 것 같던 얼굴로 달그늘진 강 건너 산속의 창호지 불빛을 마룻기둥에 기대어 서서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 있던 누님. 이따금 수그린 얼굴 가만히 들..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5 - 삶 -- 김용택 ** 섬진강 5 - 삶 ** 김용택 이 세상 우리 사는 일이 저물일 하나 없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변으로 가 이 세상을 실어 오고 실어 가는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 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보낼 일이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버릴 것 하나 없는 가난한 눈빛 하나로 어둑거리는 ..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6 - 억새풀 -- 김용택 ** 섬진강 6 - 억새풀 ** 김용택 물들은 스스로 흘러 모여 제 깊이를 만들어 힘을 키우고 얼음으로 강물을 감추어 농부들을 편히 건네주며 참을 길 없는 뜨거운 속마음만 흘려 강 스스로 강이게 하였다가 녹을 철엔 차례로 녹아 넘치며 물길을 열어 섬진강 좁은 물목들을 지나며 힘껏 부서..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7 -- 김용택 ** 섬진강 7 ** 김용택 울래 울래 나도 울래 날 저물고 저녁 오면 이 산 저 산 소쩍새야 여기저기 발동기야 가문 논에 물 품으며 천수답에 물 품으며 물 품은 논 개구리야 이 논 저 논 새벽까지 나도 울고 너도 울고 울음 모아 함께 울래 쌀금 똥금 부엉부엉 날 가문다 부엉부엉 양식 없다 부..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8 -- 김용택 ** 섬진강 8 ** 김용택 달이 불끈 떠오른다 첩첩산중 달 떠오면 그대는 장산리 마을회관 술집을 나선다 시린 물소리로 강물을 건너 갈대들이 곱은 손 들어 가리키는 어둔 산굽이 강길을 다라 끄덕끄덕 걷는다 내 친구 서울에서 돈 못 벌고 중동을 다녀와도 어쩐지 우리는 못 산다며 첩첩산..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9 -- 김용택 ** 섬진강 9 ** 김용택 강 건너 산밭에 하루 내내 스무 번도 더 거름을 져나르셨단다 어머님은 발바닥이 뜨겁다며 강물에 발을 담그시며 자꾸 발바닥이 뜨겁단다 세상이야 이래도 몸만 성하면 농사짓고 사는 것 이상 재미있고 속 편한게 어디 있겠냐며 자꾸 갈라진 발바닥을 쓰다듬으시며 ..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10 - 하동 포구 -- 김용택 ** 섬진강 10 - 하동 포구 ** 김용택 전라도나 경상도 여기저기 이곳저곳 산굽이 돌고 논밭두렁 돌아 헤어지고 만나며 아하 그 그리운 얼굴들이 그리움에 목말라 애타는 손짓으로 불러 저렇게 다 만나고 모여들어 굽이쳐 흘러 이렇게 시퍼런 그리움으로 어라 둥둥 만나 얼싸절싸 어우러지..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11 - 다시 설레는 봄날에 -- 김용택 ** 섬진강 11 - 다시 설레는 봄날에 ** 김용택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곱게 지켜 곱게 바치는 땅의 순결 그 설레이는 가슴 보드라운 떨림으로 쓰러지며 껴안을 내 몸 처음 열어 골고루 적셔 채워줄 당신 혁명의 아침같이 산굽이 돌아오며 아침 여는 저기 저 물굽이같이 부드러운 힘..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12 - 아버님의 마을 -- 김용택 ** 섬진강 12 - 아버님의 마을 ** 김용택 세상은 별것이 아니구나 우리가 이 땅에 나서 이 땅에 사는 것은 누구누구 때문이 아니구나 새벽잠에 깨어 논바닥 길바닥에 깔린 서리 낀 지푸라기들을 밟으며 아버님의 마을까지 가는 동안 마을마다 몇 등씩 불빛이 살아 있고 새벽닭이 우는구나 ..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