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섬진강 13 - 자연부락 -- 김용택 ** 섬진강 13 - 자연부락 ** 김용택 푸른 하늘 그 아래 청산 강이 있어 바라보고 그 강언덕 산자락에 사람들이 모여 물 나고 빛 좋은 곳 터를 잡아 영차영차 집을 짓고 힘써 논과 밭을 만들고 철 따라 꽃 피고 지고 씨 뿌려 거두는 것같이 자식들을 늘려 동네를 이루어 살았으니 그게 몸과 마..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14 - 호박들 -- 김용택 ** 섬진강 14 - 호박들 ** 김용택 자갈밭 귀퉁이에 담장밑응달에 개똥도안누는곳 여기저기아무데나 호미로득득긁고 꼬쟁이로푹푹찔러 듬성헐쩍땅을파서 두어개씩던져넣고 몸묻힌둥마는둥 달구새끼발톱피해 들쥐산새눈을피해 싹이나고잎이나서 줄기나고넝쿨뻗어 오뉴월불볕속에 긴뿌..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 -- 김용택 ** 섬진강 15 - 겨울, 사랑의 편지 ** 김용택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보면 따뜻..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17 - 동구 -- 김용택 ** 섬진강 17 - 동구 ** 김용택 추석에 내려왔다 추수 끝내고 서울 가는 아우야 동구 단풍 물든 정자나무 아래 - 차비나 혀라 - 있어요 어머니 철 지난 옷 속에서 꼬깃꼬깃 몇푼 쥐여주는 소나무 껍질 같은 어머니 손길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고개 숙여 텅 빈 들길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우..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18 - 나루 -- 김용택 ** 섬진강 18 - 나루 ** 김용택 섬진강 나루에 바람이 부누나 꽃이 피누나 나를 스쳐간 바람은 저 건너 풀꽃들을 천번 만번 흔들고 이 건너 물결은 땅을 조금씩 허물어 풀뿌리를 하얗게 씻는구나 고향 산천 떠나보내던 손짓들 배 가던 저 푸른 물 깊이 아물거리고 정든 땅 바라보며 눈물 뿌..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19 - 무덤에서 -- 김용택 ** 섬진강 19 - 무덤에서 ** 김용택 아우야 여기 아무도 찾아온 흔적이 없구나 풀들이 키도 넘게 우거져 몇바퀴 무덤 밖을 헤매이다 풀들을 헤친다 무덤에 이르는 길은 길이 없어도 무덤에 이르러 길이 끝나고 길이 막힌다 아우야 저녁이면 풀벌레들이 얼마나 자지러지게 울고 반딧불들이 ..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20 - 감傳 -- 김용택 ** 섬진강 20 - 감傳 ** 김용택 감들이 불쌍했다 아버님은 초가을부터 행여나 행여나 하시며 거간꾼들을 기다리다 감들이 다 익어가도 팔릴 기미가 없자 큰놈만 대충대충 골라 따도 감은 끝이 없고 첫서리가 내리고 감들이 사정없이 물러지기 시작하자 밤 터는 긴 장대로 감나무를 두들겨 ..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21 - 누이에게 -- 김용택 ** 섬진강 21 - 누이에게 ** 김용택 누이야 오늘도 나는 해거름에 넋 놓아 강 건너 묵어가는 밭들을 바라본다 어릴 때 너를 업어 잠재우며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을 보노라면 언제는 패고 언제는 쓰러졌다 일어나 무릎 짚고 익어 있던 앞산 보리들을 바라보며 나는 너의 가지런한 숨소리를..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22 - 누님의 손끝 -- 김용택 ** 섬진강 22 - 누님의 손끝 ** 김용택 누님 누님 같은 가을입니다 아침마다 안개가 떠나며 강물이 드러나고 어느 먼 곳에서 돌아온 듯 풀꼿들이 내 앞에 내 뒤에 깜짝 깜짝 반가움으로 핍니다 누님 같은 가을 강가에 서서 강 깊이 하늘거려 비치는 풀꽃들을 잔잔히 들여다보며 누님을 떠올..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
[스크랩] 섬진강 23 - 편지 두 통 -- 김용택 ** 섬진강 23 - 편지 두 통 ** 김용택 * 어머님께 엄마 보고 싶어요 바쁜 철이 되어가니 겨울에 그렇게나마 고와진 손발 또 거칠어지겠군요 엄마 딸 곧 직장 갖게 될 것 같아요 엄마 나 학교 못 다녀도 괜찬아요 너무 걱정 마시고 몸 편하세요 어머니 딸이 된 것 그리고 이렇게 맘이 크게된 것.. 섬진강시인 김용택 2019.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