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탱자꽃 꽃잎은 하나 둘 셋 넷 다섯 장입니다 푸른 보리밭에 아침 이슬이 반짝입니다
밭 언덕에 물싸리꽃은 오래된 무명 적삼처럼 하얗게 피었습니다
세상을 한참이나 벗어 나온 내 빈 마음 가장자리 부근에
꿈같이 환한 산벚꽃 한 그루 서늘합니다
산이랑 마주 앉을까요 돌아서서 물어 볼까요...
꽃이 필 때까지 꽃이 한 송이도 남김없이 다 필 때까지
꽃이 질 때까지 꽃이 한 송이도 남김없이 다 질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꽃잎이 날아갑니다
그대 생각으로 세월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깊어질 대로 깊어진 그 세월 속을 날아가던 꽃잎들이
그대에게 닿았다는 소식 여태 듣지 못했습니다
내 안에 이렇게 눈이 부시게 고운 꽃이 있다는 것을
나도 몰랐습니다 몰랐어요
정말 몰랐습니다 처음이에요 당신에게 나는
이 세상 처음으로 한송이 꽃입니다
(김용택...당신의 꽃)
그대 없이는 나 없는지 그대 없을 때 알았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바람이 불고
새가 울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그 길고 긴 시간
그대를 기다리는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달이 뜨고 꽃이 피었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그 길고 긴 시간
그대 없이 나 없는지 그대 없을 때 알았습니다
(김용택...그대 없을 때)
저기 저 꽃 피는 것 보니 당신이 오시는 줄 알겠습니다 저기 저 꽃 지는 것 보니 당신이 가시는 줄 알겠습니다
한 세월 꽃을 보며 즐거웠던 날들 당신이 가고 오지 않아도
이제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줄 알겠습니다
간절하면 가 닿으리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김용택...꽃 한 송이)
이 세상에 당신이 있어 내가 행복한 것처럼 당신에게 나도 행복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내 아무리 돌아서도 당신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당신이 아무리 돌아서도 나는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랑이고 싶습니다
(김용택...당신의 앞)
이 세상에 나만 아는 숲이 있습니다 꽃이 피고 눈 내리고 바람이 불어
차곡차곡 솔잎 쌓인 고요한 그 숲길에서
오래 이룬 단하나 단 한번의 사랑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랑입니다
(김용택...단 한번의 사랑)
강가에 보라색 붓꽃이 피었습니다 산그늘 내린 강길을 걸어 집으로 갑니다
나는 푸른 어둠 속에 피어 있는 붓꽃을 꺾습니다
아 서늘한 이 꽃 그대 이마 같은 이 꽃 나를 바라보던
그대 눈 속 같은 이 꽃 내 입술에 닿던 그대 첫입술 같던 이 꽃
물 묻은 손 치마에 닦으며 그대는 꽃같이 웃으며
꽃을 받아듭니다
(김용택...집)
너를 향한 이 그리움은 어디서 왔는지 너를 향한 이 그리움은 어디로 갈른지
꽃잎은 바람에 날리고 사랑에는 길이 없다
나는 너에게 눈 멀고
꽃이 지는 나무 아래서 하루해가 저물었다
(김용택...그 나무)
어느 봄 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해도
참.좋.은.당.신
(김용택...참 좋은 당신)
|
출처 : 시와 솔향기 나는 집.
글쓴이 : 솔향기 원글보기
메모 :
'섬진강시인 김용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용택 시 모음2 (0) | 2019.02.22 |
---|---|
김용택 시 모음 (0) | 2019.02.22 |
[스크랩] 김용택 시 모음 (0) | 2019.02.22 |
[스크랩] 김용택님 시 모음 (0) | 2019.02.22 |
[스크랩] 김용택 시 모음 (0) | 2019.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