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시인 김용택

[스크랩] 김용택님 시 모음

하늘이슬 2019. 2. 22. 16:11

가을입니다.

또 병이 도지나 봅니다.

녀석을 어찌 다스려야 할 지 몰라

자연을 닮은 님의 시로 달래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들이 미치게 좋습니다. 

미쳐야 할랑가보다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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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묻다 / 김용택

 

 

지난 시대에 나는

나에게 물었다.

저 사람이 이 사람 맞아?


지금 나는 또 묻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그때 그 사람들 맞아? 

 

 

 

길 / 김용택 

 

사랑은

이 세상을 다 버리고

이 세상을 다 얻는

새벽같이 옵니다

이 봄

당신에게로 가는

길 하나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 길가에는 흰 제비꽃이 피고

작은 새들 날아갑니다

새 풀잎마다

이슬은 반짝이고

작은 길은 촉촉히 젖어

나는 맨발로

붉은 흙을 밟으며

어디로 가도

그대에게 이르는 길

이 세상으로 다 이어진

아침 그 길을 갑니다  

 

 길 2 / 김용택

 

이 세상에

나만 아는 숲이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가는 지고

눈 내리고 바람이 불어

차곡차곡 솔잎 쌓이

그 고요한 숲길에서

오래 이룬

단 하나

단 한번의 사랑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람입니다.

 

나비는 청산가네 / 김용택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 나는 섰

내 맘에 한번 핀꽃은

생전에 지지 않는 줄을

내 어찌 몰랐을까

우수수수 내 발등에 떨어지는 꽃잎들이

사랑에서 돌아선

그대 눈물인 줄만 알았지

내 눈물인 줄은

내 어찌 몰랐을까

날 저무는 강물에 훨훨 날아드는 것이

꽃잎이 아니라

저 산을 날아가는 나비인 줄을

나는 왜 몰랐을까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 나는 서 있네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 김용택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 납니다

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

눈물로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이 꽃 핀들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작년에 피던 꽃

올해도 거기 그 자리 그렇게

꽃 피었으니

내년에도 꽃 피어나겠지요

내년에도 꽃피면

내후년,내내후년에도

꽃 피어 만발할 테니

거기 그 자리 꽃 피면

언젠가 당신거기 서서

꽃처럼 웃을 날 보겠지요

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

 

 

 

그 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그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멀리 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출처 : 터
글쓴이 : 아자아자제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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